지난해 불어닥쳤던 과일소주(리큐르) 열풍이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류 제조 업체들의 후속대책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마트의 전체 소주제품 중 과일소주 매출 비중은 지난해 7월 9.9~17.3%으로 최대 판매를 기록한 후 점점 감소해 12월 4.8~11.6%까지 낮아졌다.
편의점의 경우 편차가 더 크다. 주요 편의점들의 과일소주 매출 비중은 7월 22.2~26.2%까지 올라갔지만 12월에는 11.1~12.2% 가량을 기록했다. 반년만에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현장에서의 체감 정도는 더 심했다. 경기도의 한 빈병수집업체 관계자는 "최근 수거되는 빈병 중 과일소주 제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지난 여름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들어서는
하이트진로(000080)의 '자몽에이슬'을 제외하면 딱히 잘 팔리는 제품이 없는 모양세다. 서울의 한 주류도매업자는 "자몽에이슬과 롯데주류의 신제품인 '순하리 처음처럼 사과' 정도만이 그나마 판매되고 있을 뿐 나머지 과일소주는 정체 상태"라며 "나머지 과일소주의 추가 물량을 주문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류 업체들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과일소주 열풍이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정도로 급속히 인기가 식을줄은 예측하지 못했다"며 "올 상반기 과일소주를 찾는 고객들이 더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주류 업체들은 과일소주의 인기로 인해 지난해 반짝 실적 개선을 이뤘다.
무학(033920)의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1.6% 줄어들었다. 판관비가 24.6% 늘어나며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판매가 활성화되며 매출 자체는 늘어났다.
롯데칠성(005300) 역시 3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6.0%, 7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 내 주류사업부의 매출은 순하리 판매 호조로 13.7% 증가했다.
때문에 지난해 실적 호조를 이어가기 위한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분간 신제품을 추가로 출시하면서 멀어진 고객 관심을 돌려보겠다는 것이 이들의 기본 전략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향후에도 과일소주 판매 비중은 전제 소주제품 중 10%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1년 반짝 판매하고 사업을 접기 보다는 신제품·기존제품 리뉴얼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객의 관심을 유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현재 일부 주류 도매상 등은 자몽에이슬 외 새로운 신제품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며 "아직까지 신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시장 상황이나 소비자 반응을 예의주시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과일소주 인기 하락에 따라 발빠르게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업체도 있다.
보해양조(000890)의 탄산소주(알코올 도수 3도) '부라더#소다'는 여성 고객들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새로운 한정판 제품인 '부라더#소다 #딸기라 알딸딸'을 출시하며 마케팅을 강화하는 중이다.
과일소주(리큐르) 열풍이 시들해지면서 주류 제조 업체들의 후속대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과일소주 관련 제품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이철 기자)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