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이나 가스 순간온수기 등에서 발생하는 무색무취의 일산화탄소 중독사고가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겨울철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5건 중 1건이 숯불에 의한 것이었다. 연탄보일러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 피해자 10명 중 6.8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손창환·김윤정 응급의학과 교수팀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검색을 이용해 1990년부터 2014년까지 발생한 화재와 무관한 비의도적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153건을 분석한 결과, 47.1%가 겨울철에 발생했다고 19일 밝혔다.
겨울철 사용 빈도가 높은 숯불이 비의도적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원인의 20.3%(31건)를 차지했다. 가스보일러(24건), 온돌방(23건)이 뒤를 이었다.
숯불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는 난방을 위해 방 안에 숯불을 피우는 경우, 캠핑장에서 난방용품 대용으로 텐트 안에서 사용하는 경우, 밀폐된 공간에서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경우에 자주 발생했다. 텐트와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는 적은 양이더라도 연소되고 남은 일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손창환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산화탄소는 몸속에 들어가면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헤모글로빈에 달라붙어 산소의 운반을 방해해 저산소증을 초래하며, 뇌나 심장의 손상으로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일산화탄소 자체가 뇌에 다양한 염증반응을 일으켜 지연성 신경학적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탄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가장 치명적이었다. 연탄보일러에 의한 사고는 모두 12건으로 적었지만 피해자 19명 중 13명의 목숨을 앗아가, 68.4%의 높은 치사율을 기록했다. 연탄보일러에 이어 가스순간온수기(66.7%), 연탄난로(66.7%)에 의한 치사율이 높게 나타났다.
가스순간온수기는 단시간에 적은 양의 물을 데워줘 혼자 사는 가구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욕실과 같이 환기가 되지 않고 습도가 높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LP가스의 불완전연소로 인해 일산화탄소 중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비의도적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전체의 43.8%(67건)가 가정에서 발생했고, 찜질방이 15%(23건)로 그 다음이었다. 또한 중독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의 56.9%(87명)가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정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화재와 무관한 비의도적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적절한 조치를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밀폐된 공간에서는 적절히 환기가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가스보일러나 가스순간온수기 등은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해 열린 대한응급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