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금융지주사들이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적립되는 포인트를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하는 '멤버십 포인트'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포인트제 확산의 시작은 계좌이동제 시행에 따른 고객 유출 방지 때문이었으나 연내 출범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더욱 촉발시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086790)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 가입자가 이번 주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나멤버스는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포인트 '하나머니'를 적립하고 이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예컨대 최근 하나금융은 자동이체 거래를 등록하거나 적금 등 금융상품을 가입하면 5000원 가량의 포인트를 지급하는데, 이 포인트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1만원 단위로 출금할 수 있다.
하나멤버스는 지난해 10월13일 출시된 이래로 한 달 만에 100만 고객을 돌파했고, 석 달 만에 200만 고객 돌파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하나멤버스'의 반응이 좋으면서 다른 시중은행과 금융지주도 포인트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경우 기존 멤버십의 제휴 포인트사를 확대하고 있다. 농협카드를 사용하거나 하나로마트에서 물품을 구매하면 쌓이는 '채움 포인트'를 대출원리금 상환에 사용하거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포인트 사용 제휴처를 SK플래닛의 OK캐쉬백으로 확장한데 이어 GS포인트로도 넓혔다.
최근 우리은행 역시 통합포인트 개발을 위한 TF를 신설했으며, 앞으로 모바일 뱅킹과 연계한 다양한 포인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같은 은행들의 포인트 마케팅 확산 바람은 지난해 10월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촉발됐다. 고객의 은행 갈아타기가 한층 쉬워졌기 때문에 초기에는 기존 고객을 붙잡기 위해 주거래 고객의 혜택을 높이는 전략에 집중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은행들이 고객에 상관없이 포인트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연내 등장할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의 새로운 금융마케팅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카카오 은행은 예금 이자를 현금 대신 카카오택시 포인트, 예스24 상품권, 온라인게임 아이템 등으로도 받을 수 있는 '카카오 유니버셜 포인트'를 도입한다. KT가 주도하는 K뱅크는 통신사 포인트, GS리테일의 유통사 포인트를 통합한 멤버십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먼저 포인트 서비스를 도입한 은행에서 고객 반응이 좋자 다른 은행들도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며 "계좌이동제 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을 앞두고 은행간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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