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의 전 세계 공습이 시작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라는 창에 '혁신'과 '품질'이란 방패까지 더해져 화력이 막강하다. 올해는 중국과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까지 집어삼킬 태세다. 그 중심에는 중국 스마트폰 양대산맥인 샤오미와 화웨이가 있다. 물론 세계 시장 점유율과 인지도 측면에서 타 경쟁사들에 비해 뒤쳐져 있고 여전히 중국산 제품은 짝퉁이라는 불명예를 벗어야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긴 하나, 두 기업은 빠른 속도로 독자적 이미지와 브랜드 파워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두 업체의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을 합한 수치(15.1%)가 애플(16.8%)의 아성까지 흔들 것으로 내다봤다. 약육강식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섭게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두 기업의 강점과 리더십을 비교해본다. (편집자)
초창기 애플 짝퉁으로 전세계인의 입방아에 올랐던 샤오미는 이제 전세계에서 연간 7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중국의 애플에서 글로벌 샤오미로 거듭나고 있는 회사다.
지난해 출시된 샤오미 대표
스마트폰 제품 'MI 4'.
사진/샤오미 공식 홈페이지
저가 정책을 고수했던 샤오미는 스마트폰, TV, 보조배터리까지 출시 제품마다 애플을 위협하는 기술력을 자랑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초반 샤오미는 창업 5년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 내에서 신생 기업이 해낼 수 없던 성과였다.
단기간에 샤오미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3가지 요소에 주목했다.
먼저 자체 소프트웨어의 기술력이다. 2010년 4월 설립된 샤오미는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의 방침으로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며 몸집을 키웠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이었던 레이쥔은 인터넷 기반 산업 성장에 주목하며 소규모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회사를 단련시켰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제조에 앞서 가장 먼저 미유아이(MIUI)를 통한 독자 운영 체제를 구축했다. MIUI는 안드로이드 커스텀 운영체제(OS)다. 창업 초반부터 애플을 벤치마킹했던 샤오미는 2011년 8월 자체 OS를 기반한 스마트폰 ‘MI1’을 출시했다.
샤오미 제품은 출시와 함께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쏙 빼 닮았지만 가격은 절반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모방 전략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저가 정책’이 두 번째 승부수였다. 애플의 운영체제를 안드로이드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과 함께 타 안드로이드폰에서도 MIUI를 이용할 수 있어 OS의 자체 수요도 확보했다.
이후 스마트폰 ‘MI’ 시리즈와 태블릿 ‘MI PAD’, 공기청정기와 스마트 밴드인 ‘미 밴드’까지 출시되는 제품마다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저가에 부합할 수 없을 정도의 성능을 지녔다는 의미에서 샤오미 제품을 두고 ‘대륙의 실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 샤오미의 성공비결은 마케팅 전략에 있었다. 온라인에 주력해 오프라인 유지와 마케팅 비용을 줄였다.
삼성전자(005930)가 홍보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망을 잡고 있고 애플은 팬덤을 통한 마케팅에 주력했다면 샤오미는 온라인으로 예약한 수량만큼 판매하는 전혀 다른 노선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내에서의 입지를 확보한 샤오미는 신흥 시장을 위주로 공격적인 진출 계획을 펼쳐갔다.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지속성에 대한 고민은 샤오미의 향후 과제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샤오미는 중국 시장 내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7000만대를 돌파해 직전해 대비 약 15%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당초 샤오미가 목표했던 8000만~1억대에는 부합하지 못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과 순이익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가장 매출 비중이 큰 스마트폰 판매 실적은 시장에 실망을 안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진한 판매 실적은 450억달러의 샤오미 시장 가치가 과대 평가됐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샤오미는 여전히 연간 성장률이 12% 넘어서고 있다며 올해 역시 북미와 유럽 진출로 16% 성장률 목표를 내세웠다.
초창기의 중국 시장을 사로잡았던 의지로 샤오미가 누군가의 전유물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시장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