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 기자]
대한항공(003490) 사측과 조종사 노동조합이 임금 협상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지난 2005년 이후 11년 만에 다시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귀족노조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고, 일반 노조 마저 조종사 노조를 비판하고 나서 실제 파업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 노조는 지난 1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최종 조정회의를 열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조종사 노조는 다음 달 1일까지 진행 예정인 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찬성 결과가 나올 경우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해진다.
사측은 투표가 끝날 때까지 합의점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양측이 임금 인상폭을 놓고 의견 차이가 커 합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종사 노조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급여인상률이 37%에 이른다며 이와 같은 비율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1.9%의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종사 노조가 주장하는 경영진의 임금인상률은 잘못된 것"이라며 "대한항공만 놓고 보면 1%대에 불과하고, 그룹 전체로도 6.2%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반 노조의 경우 1.9% 인상에 합의한 상태"라며 "회사 경영상황과 일반 노조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조종사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 노조가 임금 인상을 놓고 협상에 실패하면서 최악의 경우 11년 만에 파업이 다시 일어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관계없음. 사진/뉴시스
사측과 조종사 노조의 갈등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임금 협상을 마무리한 일반 노조가 조종사 노조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노조 간 갈등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 일반 노조는 지난 20일 성명서를 통해 "조종사 노조의 쟁의 관련 찬반투표는 배고파서 못 살겠다는 절박한 생존권 요구가 아닌 노조 집행부의 명분만을 내세운 것"이라며 "파업 피해를 강요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반 노조는 고임금을 받는 조종사 노조(평균 연봉 1억2000만원)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37%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조종사들의 경우 억대의 높은 연봉임에도 일반 노조보다 월등히 높은 인상률 반영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중인 찬반 투표에서도 사회적 비판이 잇따르면서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조종사 노조의 찬반 투표 이후 실제 파업에 돌입하게 되더라도 대규모 항공기 운항 취소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인 파업으로 이어지게 되도 80% 정도의 인력은 항공기 운항에 투입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대규모 운항 취소 사태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