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인수합병(M&A) 바람이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가 중국의 성장둔화로 전세계 석유화학 시장이 어려움에 직면한만큼 업계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재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진행된 M&A는 삼성그룹의 사업 구조조정에 따른 한화와 롯데의 빅딜로 '몸집 불리기'가 주요 화두였다면, 올해에는 '사업 다각화'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중동과 북미 등 글로벌 경쟁업체들을 비롯해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을 위해 몸집불리기가 선행되는 한편, 이어 유가변동 및 시장포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구조 다각화 역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먼저 M&A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곳은 한화와 롯데다. 한화는 지난 2014년 11월 삼성그룹의 석유화학부문 계열사를 인수, 지난해 5월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을 출범했다. 이로써 석유화학 부문만 연매출 19조원 규모로 몸집을 부풀렸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는 앞서 삼성과의 빅딜 이전인 2014년 8월에도 화인케미칼을 합병하는 등 M&A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며 "빅딜을 통해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가 세계 9위 수준인 291만톤 규모를 갖추게 돼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할만큼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가 삼성의 남은 석유화학부문 계열사 인수에 나섰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삼성SDI케미칼 사업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매각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롯데케미칼과 이들 인수기업들의 총 연매출 역시 20조원에 이른다.
한화와 롯데가 앞선 M&A를 통해 이같이 '몸집불리기'에 성공했다면, 올해 첫 M&A 소식을 알린 LG화학은 '사업다각화'에 초점을 맞췄다. LG화학은 지난 8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동부팜한농 주식 100%를 5152억원에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승인하고,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3월까지 확정실사와 기업결합심사 등을 거쳐 계약을 최종 마무리할 예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계에서 규모의 경제는 매우 중요하며, 한화와 롯데는 석유화학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저렴하게 제품을 만드는 전략"이라며 "LG화학의 경우 석유화학 올인에서 벗어나 사업다각화를 위해 신사업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사업다각화' 측면에서의 M&A가 올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허수영 석유화학협회 회장 역시 지난 12일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동종·이종 업계간 선제적인 M&A를 통해 규모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신사업 진출로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해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몸집불리기에 나섰던 한화와 롯데 역시 각각 태양광과 정밀화학 사업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외에도 올해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역시 석유화학 업체들의 사업재편, M&A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원샷법은 기업의 사업 재편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과 빅딜에 성공한 롯데케미칼 본사 전경.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