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114년간 유지된 에어컨에 대한 고정관념을 삼성전자가 깼다. 바람 없는 에어컨을 개발한 것이다.
에어컨에 오래 노출돼 있게되면 시원한 건 좋지만 직접 바람을 쐬는 게 춥고 불쾌하게 느껴져 한여름에도 외투를 걸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또 에어컨을 켜면 끄고 싶고, 끄면 또 켜고 싶은 충동을 몇 차례씩 느끼게 된다. 한 여름 에어컨을 사용하다보면 한 번쯤 느꼈을 아이러니다.
삼성전자 모델들이 바람 없이도 시원한 자연의 쾌적함을 제공하는 삼성 '무풍에어컨 Q9500'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엄연히 말하면 아예 바람이 없는 건 아니다. Q9500은 운전 초반에 회오리 바람으로 강하게 냉방을 한다. 그러다 설정온도에 도달하면 무풍모드로 전환된다. 전면에 위치한 약 13만5000개의 마이크로 홀에서 냉기가 나와 균일한 온도를 유지해준다. 무풍모드에서는 손바닥을 에어컨 앞에 되면 바람이 나오는 게 느껴지지만 1미터(M) 밖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정유리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 사원은 "에어컨 하루 평균 사용시간은 4시간40분인데 이 중 실제 강력한 바람이 필요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면서 "차가운 바람이 지속되면 불편하고 춥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통 에어컨이 설정온도에 도달하면 직접 분사되는 바람 때문에 쌀쌀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끄면 얼마 후 또 온도가 올라가게 되고 에어컨을 다시 켜는 동작을 반복하게 된다.
서병삼 부사장은 "일반 에어컨도 약하게 틀면 무풍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존 제품의 바람 면적은 현저히 좁다"면서 "바람의 양을 일정하게 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표면적 넓이로 나오게 할거냐가 관건이었고 이를 구현하는 데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서병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이 바람 없이 시원한 자연의 쾌적함을 제공하는 삼성 무풍에어컨 Q9500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과거 시원한 바람을 강력하게 내뿜는 것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바람의 세기뿐 아니라 질로 눈을 돌린 것이다.
Q9500은 전력을 계속 사용하는 시스템이지만, 전기요금은 일반 에어컨을 켰다가 끌 때보다 더 적게 나온다. 전면에 3개의 문이 있는데 3개 다 사용할 경우는 에너지를 100% 소비하지만 2구를 사용하면 일반 에어컨을 계속 켜놓는 것에 비해 60% 절전되며, 1개만 사용하면 80%까지 가능하다. 설정온도에 도달했을 경우 무풍모드로 전환되는데 이 때는 85% 절전된다.
서병삼 부사장은 "일반 에어컨을 세게 가동했다가 설정온도가 됐을 때 끄면 전기료가 안나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켜고 끄는 걸 반복하면 전기소모가 크다"면서 "무풍에어컨은 일반 에어컨과 비교해 전기요금이 85% 더 저렴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기술 구현도 쉽지 않았다. 무풍에어컨 Q9500에는 3가지 핵심 기술이 담겼다. 차가운 냉기가 나오는 메탈 쿨링 패널과 미세한 기류를 만들어내는 마이크로 홀, 자동으로 기류를 조절하는 하이브리드 유로다.
이창선 생활가전사업부 에어컨개발 그룹 상무는 "메탈 쿨링 패널에 13만5000개의 구멍을 일정한 사이즈로 뚫은 후 동일한 바람이 나오게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초반에 회오뢰 바람으로 나오다가 온도가 맞으면 바람문 닫고 무풍냉방으로 전환하는 하이브리드 유로도 구현이 어려워서 여러 연구원들의 연구를 거쳤다"고 털어놨다.
삼성전자는 Q9500을 내세워 올해도 국내 에어컨 판매 1위 자리를 확실히 할 계획이다. 박재천 한국총괄 마케팅팀장(상무)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에어컨 시장 점유율은 55%였다"면서 "무풍 에어컨으로 더 높은 시장점유율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동훈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전무는 "벌써 예약주문이 많다"면서 "올해 큰 히트 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