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19대국회서 길을 잃다)20대 총선 맞춰 다시 '경제민주화' 꺼내드는 여야

여당은 '개혁', 야당은 '민생경제'…경제민주화 부활 회의적 시각도

입력 : 2016-01-27 오전 7:00:00
"사회 안정을 해치는 비합법적인 부의 집중을 견제하고, 격차 해소와 공정한 경쟁 촉진을 위해 대기업 지배구조 완화 작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혁'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총선은 소득불평등을 키우는 낡은 경제냐,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새 경제냐를 선택하는 선거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팽개친 경제민주화를 다시 살려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지난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민주화를 다시 꺼내들었다.
 
경제민주화의 불씨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4월13일 열리는 20대 총선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여야는 역시 경제를 주목한다. 19대 국회 내내 외면 당했던 경제민주화도 덩달아 다시 호출을 받고 있다.
 
주도권은 야권이 먼저 잡았다. 더민주는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알려진 김종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에 앉혔다. 김 위원장은 더민주에 입당하며 "경제민주화는 초보 단계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총선에선 불평등을 해결하고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잔류를 선언한 박영선 의원도 힘을 보탰다. 박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야당은 국민에게 다가가는 경제 정당이 돼야 한다. 중산층 복원과 독점사회 타파 그리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새 경제는 여전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제활성화로 방향을 튼 새누리당은 '개혁'으로 정책 대결에 맞불을 놓는다. 총선기획단 앞에는 '개혁 앞으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구조개혁만이 우리의 살 길"(김정훈 정책위의장), "시대의 요구인 개혁"(황진하 사무총장)이라는 발언도 잇따라 나온다. 김무성 대표의 말처럼 새누리당의 개혁에는 경제민주화 전략도 적잖게 담겨 있다. 다만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를 실천했다"(지난 18일 청와대 자료)는 자신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는 정치권의 공통 분모로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당을 주도하는 안철수 의원은 승자독식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공정성장론'을 일찌감치 주장해온 터다. 국민의당은 이달 초 창당 발기 취지문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으로 노사 공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병행 발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지난 2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생 살리기 공조로 야권 연대를 이루자"고 제안했다. 심 대표는 "(야당이 각각 내세우는) 경제민주화, 소득주도경제, 공정경제 등의 공통점은 민생을 살리겠다는 것"이라며 "여러 정당 간의 공동 공약으로 만들어 민생 살리기의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9대 국회의 초라했던 지난 4년을 되짚으며 경제민주화 부활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경제를 살리는 데 야당이 발목을 잡았다는 정부·여당의 '심판론'이 작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허약한 야당이 '발목 잡기' 공세에 갇히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경제활성화 법안'을 야당에서 합의해주는 걸 보면 경제민주화가 이번 총선에서 중요한 공약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경제민주화 실현 및 재벌개혁을 위한 전국네트워크와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난 21일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경제민주화 성과 거짓 홍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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