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 쓸 주택연금으로 빚부터 갚으라는 정부

금융위, 주담대 주택연금 전환 유도 '논란'
전문가들 "가계부채 위험 관리 목적 변질"

입력 : 2016-01-26 오후 4:12:58
고령층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주택연금 정책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을 내놓아 빚을 내어서라도 집을 사도록 유도하더니 이제는 그 집을 포기하는 대가로 지급받는 주택연금으로 빚을 갚으라는 것이냐는 비판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주택연금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주담대를 받은 고객이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연금 일부를 일시인출할 수 있는 규모를 확대해 기존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인 사람이 주택을 담보로 맡기면 평생 또는 일정 기간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을 은행으로부터 받는 역모기지론이다.
 
금융당국은 주담대를 주택연금으로 전환할 경우 일시 인출한도를 기존 50%에서 70%로 확대해 거액의 빚을 빨리 갚을 수 있도록 했으며, 매월 주담대 이자를 부담하는 대신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주담대의 주택연금 전환 유도 정책이 주택연금의 기존 취지인 노후소득 보장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집을 구하기 위해 얻은 빚을 이제는 주택연금으로 갚으라는 얘기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60세 A씨가 3억원짜리 주택에 살면서 주담대 7500만원(금리 3.04%, 잔존만기 10년, 일시상환)을 끼고 있어 매달 19만원의 이자를 갚고 있을 경우,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일시상환이나 이자부담은 사라지고 매월 연금 26만원을 받게된다.
 
하지만 정부에 집을 담보로 넘기는 대가로는 큰 매력이 없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A씨가 대출을 갚는데 내는 7500만원과 매월 26만원씩 80세까지 받을 연금 6240만원을 더해도 1억374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집값 3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앞으로 집값이 하락하거나 기대보다 훨씬 오래 사는 경우 이득일 수 있다. 주택연금 가입 당시의 집값을 기준으로 연금액이 정해지고 연금은 사망 전까지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고령층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출시된 주택연금이 대출을 낀 고령층을 상대로 빚을 받아내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1100조원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대출 연체 등 부실이 발생할 리스크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담대를 주택연금화하면 정부가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이번 정책에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심각해질 우려가 있는 가운데 주담대를 받은 사람이 연체할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라며 "노후소득 보장보다는 가계부채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므로 이번 대책으로 주택연금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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