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8일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대표가 354일 만인 27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권을 넘기며 2선으로 물러났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문 대표는 오는 4·13 총선까지 남은 80여일간 '최후의 승부'를 벌일 채비를 마쳤다.
더민주는 이날 오후 중앙위원회를 열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김종인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로 이양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문재인 대표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도 중앙위 직후 “오늘 평당원으로 돌아간다. 당을 잘 부탁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지난해 2·8 전국대의원회의에서 박지원 의원과 치열한 당권 경쟁을 벌인 문 대표는 45.3%의 득표율로 박 의원(41.8%)을 누르고 당선됐다. 문 대표는 당시 수락연설에서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 영광의 진군을 함께하자”는 포부를 나타냈다. 당시만 해도 문 대표가 쉽지 않겠지만 총선까지는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문 대표 체제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취임 첫 일정이었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는 신임 최고위원들이 함께 하지 않았다.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이었지만 당 내·외의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해 4월 29일 실시된 재·보궐 선거에서도 당의 본류인 광주를 비롯해 4곳 모두 패하며 위기감이 더해졌다. 상황을 전환하기 위해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내세운 혁신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이는 도리어 불협화음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혁신위가 내놓은 안에 대해 조경태 현 새누리당 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이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다.
정점은 안철수 의원과의 갈등이었다. 문 대표는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직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지난해 9월 문 대표가 “국민과 당원의 의견을 묻고 재신임 받지 못하면 즉각 사퇴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안 의원은 “당 문제를 개인 문제로 축소했다”며 평가절하했다.
12월12일 밤 60여명이 참여한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는 문 대표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하고 안 의원의 탈당을 만류하는 호소문이 채택되기도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12월7일 이후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44일간 당무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같은 진통 끝에 안 의원을 비롯해 19명의 의원이 탈당하고 일부가 국민의당을 결성하며 더민주의 위기감은 커졌다.
문 대표는 결국 19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빠른 시간 내에 사퇴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거기에 외부 인재 영입효과 등으로 더민주 지지율이 반등하며 탈당 파동은 잠잠해진 상태다.
당 대표이기 때문에 탈당 파동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지난 1년여의 혼란에 대한 모든 책임을 문 대표에게만 지우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마지막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병헌 최고위원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지도부에 대한 끊임없는 불복과 흔들기 문화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제 문 대표를 둘러싼 관심은 4월 총선 승리를 통해 대선주자의 입지를 굳힐지, 패배해 정계 은퇴 등 다른 길을 걸을지에 쏠리고 있다. 문 대표는 비대위 체제가 된 후에도 인재영입 등에 있어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선대위에 문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들어갔기 때문에 사퇴 후에도 영향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표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총선 승리 기준을 묻는 질문에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저지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밝힌 바 있다. 더민주의 목표 달성 여부에 문 대표의 정치 생명이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민주 중앙위원회에서 문재인 대표(왼쪽 네번째)와 김종인 비대위원장(왼쪽 다섯번째), 신임 비대위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