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동영상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SK브로드밴드가 오는 28일부터 서비스하는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oksusu)’가 망중립성 논란을 재점화할 지 주목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옥수수는 가격 정책 면에서 망중립성이 논의될 소지가 있다. 타사 고객은 3000원의 기본료를 내야 하지만,
SK텔레콤(017670)(band 데이터 51)과 SK브로드밴드(Btv 기본형)의 일정 요금제 이상 가입자는 무료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망중립성’이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가 사업자와 소비자들에게 모든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앱)을 동등한 기반에서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옥수수의 가격 정책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가입자에 한해서는 입장료를 할인해준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망중립성은 ‘공공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설망’ 위주인 국내 시장 상황에 온전히 대입하기는 무리”라면서도 “SK군이 가진 망과 가입자를 기반으로 타 사업자의 시장 진입과 경쟁을 저해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망중립성은 크게 ‘기술적 차별화’와 ‘경제적 차별화’로 구분된다”며 “해당 서비스가 경쟁사의 물리적 접근을 방해한다면 망중립성에 명백히 위배되지만, 한정된 망 자원에 돈을 더 내는 사람을 합리적으로 차별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아 옥수수의 서비스 개요를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6일 열린 SK브로드밴드 ‘옥수수’ 론칭 행사에 참석한 윤석암(왼쪽부터) SK브로드밴드 미디어부문장, 광고 모델 옥택연, 유승옥, 김종원 SK텔레콤 미디어사업본부장. 사진/뉴시스
한편 최근 시장은 모바일 동영상 수요 증가, UHD 서비스 확대, 넷플릭스 진출 등에 따라 잠재된 망중립성 이슈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시점이다. 미국은 특히 이통사들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확대와 맞물려 망중립성 원칙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는 지난해 11월부터 인터넷TV 서비스 ‘스트림TV’를 운영 중인데, 유선 브로드밴드 서비스인 ‘엑스피니티 인터넷’ 가입자에게는 데이터 상한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 역할을 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해당 서비스를 망중립성 논의 대상으로 지적했다.
또 미국 3위 이통사 T모바일은 ‘심플 초이스’ 요금제 가입자에 한해 적용되는 데이터 무료 동영상 서비스 ‘빈지 온(Binge On)’을 지난해 출시했다. 그러나 빈지 온에서 지원하지 않는 서비스를 소비자가 외면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고, 유튜브 등 외부 서비스가 일종의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망중립성 논란이 일고 있다.
미래부도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ISP로 하여금 콘텐츠·앱·서비스의 유형 또는 제공자에 대해 ▲차단 금지 ▲불합리한 차별 금지를 명시하고 있고, 보안·트래픽 과부하 등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가 필요할 경우에만 예외를 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규제 사례가 나온 바 없고, 조건과 범위 등이 구체적이지 않은 소극적인 수준이다.
모바일 동영상 트래픽은 2017년이 되면 2014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미디어 업계의 동영상 서비스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만큼 망중립성에 대한 보다 진전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