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7일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지만, 강력한 대북 제재를 주장하는 미국과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중국의 입장이 끝까지 평행선을 달려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케리 장관과 왕이 부장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 내용 등에 관해 협의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전 9시45분경 시작된 회동은 당초 12시 전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예정보다 3시간 연장됐다.
왕 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양측은 북핵 문제에 대해 아주 깊이 있고 전면적인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북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제재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중 그 어느 것도 빠져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의 이런 입장은 희로애락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케리 장관은 “미·중 양국이 강력한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필요성에 대해서 합의했다”면서도 “북한으로부터 우리 국민과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북한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 등을 통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모든 국가와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국가들은 그런 위험에 대처할 의무가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특별한 능력을 믿는다”면서 중국을 거듭 압박했다.
이날 회담은 시작 전부터 별 성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대북 제재는 강력해야 하지만 북한 민생에 해가 돼서는 안된다’는 사설을 통해 “북핵 문제의 본질은 북미 대결로 북한이 잘못된 방식으로 미국의 부적절한 군사적 압력에 대항하는 것”이라면서 “북한 민생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제재를 중국은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문은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한반도 배치를 거론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국도 중국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해 ‘제멋대로’ 해서는 안되며 특히 사드 배치로 중국에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만약 한국이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치는 사드를 자국에 배치한다면 이는 반드시 한·중 양국의 신뢰를 해치게 되고 한국은 반드시 이에 따른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