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1월 해외수주 절반으로 뚝

경제제재 해제 이후 구원투수로 부상한 이란에 총력

입력 : 2016-01-28 오전 9:12:29
[뉴스토마토 최승근 기자] 저유가로 인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첫 달 해외수주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수주액이 꺾였다. 저유가 여파로 중동지역 수주가 큰 폭으로 감소한 데다 미국발 금리인상 영향으로 아시아 시장까지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올해도 해외수주난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건설사들은 경제제재 해제로 수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28일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24억3779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8% 감소했다.
 
중동 지역은 944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7% 급감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수주1번지인 중동국가의 살림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신규 발주 감소는 물론 기존 물량에 대한 설계 변경과 취소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 수주잔고가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미국발 금리 인상 영향으로 아시아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아시아 지역의 이달 수주액은 5억9527만달러로 69% 감소했다. 당초 우려대로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가 급격하게 빠져나가지는 않았지만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프라 등 대규모 투자를 연기하고 있어서다.
 
미국 금리 영향을 크게 받는 중남미 지역도 수주액이 78% 감소했다. 반면, 태평양·북미지역은 아직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북미지역은 셰일가스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석유화학플랜트를 비롯해 노후된 인프라 교체수요가 많다.
 
하지만 국제 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북미 시장 발주도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국가와 경쟁하고 있는 북미 에너지 기업의 경우 전 세계 에너지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그동안 저가 경쟁을 펼쳤지만 생산단가 이하로 석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도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는 올해 이란 시장을 집중 공략해 해외수주고를 채워나갈 계획이다. 이란 시장의 경우 최근 경제제재 해제를 기점으로 정부와 정책금융도 가세해 해외수주를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업계의 기대가 높다. 현재 검토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성사될 경우 수주 물꼬가 터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올해 이란에서 발주되는 인프라와 플랜트 수요가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도 이란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건설(000720)은 지난달부터 지사장과 직원을 현지에 급파해 수주 작업에 착수했으며 GS건설(006360)대우건설(047040)도 최근 이란 지사를 다시 열고 수주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이란 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끼리의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중동지역에서의 저가 경쟁으로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골칫거리로 전락한 사례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수주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수주전에 나설 경우 과거 저가 경쟁이 반복될 수 있다"며 "수주물량 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국내 건설사들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유가로 인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현실이 됐다. 이달 해외주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꺾였다. 사진은 세계 최대규모 가스전 개발 사업인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개발 사업 현장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승근 기자
최승근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