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조정 속 저가매수 기회를 노린 투자자들이 국내주식형펀드로 몰리면서 연초 이후 전체 설정액을 키우고 있다. 극심한 저평가 구간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일부 액티브펀드들이 자금몰이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 통계포털 프리시스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주식형펀드로 유입한 금액이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9997억원으로 지난 5일 이후 16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입한 결과다.
지난 한 달간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펀드(인덱스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제외)는 '신영밸류고배당펀드'로 1091억원이 순유입했다. 지난 1년간 순유출(1154억원)한 자금을 한 달 만에 다시 끌어모은 셈이다. 조정 폭이 컸던 연초 이후 5.13% 손실을 봤지만 1년, 3년, 5년 성과는 각각 3.82%, 33.22%, 43.76%로 우수하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펀드'로도 같은 기간 776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는 지난 1년 순유입액(131억원) 6배에 달한다. 1년(3.35%), 2년(11.01%), 3년(10.80%) 탄탄한 수익률을 지속하며 주목받은 영향이다.
지난 한 달간 2.29%의 플러스 수익률을 내며 두각을 나타낸 '메리츠코리아펀드'로도 433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1% 미만(-0.61%)의 손실로 비교적 선방한 '미래에셋성장유망중소형펀드'(382억원)도 400억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 펀드는 1년, 2년 성과가 25.80%, 39.94%에 달한다.
이밖에 '베어링고배당플러스펀드'(463억원)와 '맥쿼리뉴그로쓰펀드'(306억원), '신영퇴직연금배당펀드'(282억원), '삼성중소형FOCUS펀드'(210억원) 등도 연초 이후 몸집을 불린 액티브펀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국내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이 저가매수·고가매도 투자패턴을 꾸준히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증시 반등 속 투자자들의 환매 욕구가 가속화하면 국내주식형펀드에서 단기간 환매가 늘고 반대로 글로벌 변동성 확대로 국내 증시가 낙폭을 키우면 저가매수를 자극, 자금유입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김수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위험선호도가 회복됐다기 보다는 국내증시 급락에 따라 밸류에이션 매력이 증가하면서 유입된 부분"이라며 "동시에 채권형펀드로도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되며 안전선호는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중국발 경착륙 우려에서 불거진 글로벌 증시 불안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사상 최대기간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올해부터 위험자산 축소현상이 시작될 징후가 감지되고 있어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되던 국내 주식의 선진국 자금유입이 올들어 순유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배당주와 실적개선주의 경우 약세정에서 오히려 부각되는 만큼 적지 않은 비중이라면 저점 분할 매수도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