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9일 열기로 합의했던 국회 본회의가 결국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3일 여야 회동에서 합의한 사항을 사실상 뒤집으면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북한인권법 처리는 불발됐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개최 무산 후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원장이 오늘이 사실상 권한을 행사하는 첫번째 날이라 할 수 있는데 첫 작품이 양당 원내대표 합의를 깨는 것부터 시작했다"며 "앞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얼마나 깰 것인가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협상 실무자였던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양당의 합의 사항을 원외인 비대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그만두면 도대체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며 "이제 모든 협상은 김 비대위원장이 직접 나와서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여야는 지난 23일 회동에서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본회의를 산회 뒤 당 대표와 원내대표간 '2+2 회동'을 통해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등을 추가로 논의키로 합의한 바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전날 심야 전화를 통해서도 이같은 합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여야는 이날 오전에는 북한인권법에 들어갈 조항을 두고 대립하는 듯 했다. 법안 제2조 2항의 북한인권법 목적에 대한 문구를 두고 논란을 벌인 것이다. 결국 새누리당은 큰 이견없는 원샷법이라도 통과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야당 일부 의원들이 원내대표 합의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변했다. 더민주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반 가량 의원총회를 열었고 "원샷법만 먼저 처리해주는 본회의에는 참석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의총에서는 이종걸 원내대표를 향해 ‘여당 법안만 먼저 처리해주는 빈손 합의를 해왔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의총 뒤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처리했어야 할 선거법이 지금 제일 중요하고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할 법안”이라며 “선거법을 일차적으로 먼저 처리하고 그 다음에 여야가 합의했다는 원샷법을 처리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의총 이후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합의한 내용을 일부 파기하고 약속을 못 지킨 점에 대해선 유감스럽다"며 "우리 당 의원들은 선거법을 유도하기 위해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먼저 처리하기로 한 제 선택이 빨랐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다음달 2일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의 직권상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본회의 불참 소식이 알려진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