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광효과를 활용한 선거운동이 횡행하고 있다. 유명인과 연결지어 이미지 효과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이번 4·13 총선도 예외는 아니다. 진박 마케팅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작년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이 촉발제가 됐다.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큰 대구·경북 지역에선 자칭 '진실한 사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과의 크고 작은 인연까지 끌어들이자 마침내는 ‘진진박’이라는 원조 논란까지 벌어졌다. 정부와 청와대 출신들이 자신들만이 진박이라고 주장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은 당연했고 민심의 역풍에 직면했다.
이들에 빗대 ‘박타령’이 유행이라고 한다. 민속가요 새타령을 패러디한 노래다. 가사 내용에는 이들 모두를 ‘잡박’이라고 조롱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허탈감과 반발심이 강하게 묻어난다. 민심이 심상치 않자 TK 좌장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진박 마케팅은 초기 접근이 잘못됐다고 고백했다.
박 대통령 마케팅 뿐만 아니라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마케팅도 벌어지고 있다. 충남 보령·서천에 출마하는 한 예비후보는 안 지사와 찍은 사진을 현수막으로 내걸고 명함에 실었다. 논산·계룡·금산 출마하는 전 충남부지사는 안 지사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선거운동을 위한 유명 인사 활용을 무조건 나쁘다고 비판할 수만은 없다. 유명인의 인지도에 기대 최소한 자신의 이름이라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력 정치인과 동지 관계라는 사실을 홍보하면 그 쪽 지지자들의 지지를 유도할 수도 있다. 유권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신인들의 경쟁보다는 거물들의 대리전이면 흥행을 끌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선거 참여를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후광효과 마케팅은 타인의 명성에 기대는 이미지 전략일 뿐이다. 효과는 일시적이다. 부작용도 많다. 유권자들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후보자들의 오판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패착이다. 일시적으로 후보자의 인지도는 상승하겠지만 결국 유명인의 이름에 묻혀 버린다. 후보자의 정체성과 존재감은 오간데 없어진다.
이들에게 애당초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지역 발전 공약도 변변찮다. 마른 나무에 감 떨어지기를 고대하는 기회주의자들에게 정치 철학과 원칙은 언감생심이다. 상황이 바뀌면 또 다른 권력자의 이름을 차용할 것이다. 이들이 선거 전략에서는 능수능란할 수 있지만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한 능력은 형편없다.
이번 총선에서 단 하나의 판단 기준이 있다면, 후광효과를 노리는 후보들은 심판해야 한다. 타인의 이름에 기대어 낙수효과를 노리는 후보들은 떨어뜨려야 한다.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다. 당당하게 자기 이름 석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자기 정체성이 분명한 인물을 찍어야 한다. 자기 주도권을 가지고 지역과 국가의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는 인물을 골라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불편사항에 귀를 기울이고, 민원 하나라도 해결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후보를 밀어야 한다.
자신의 삶에 솔직하고 정직하게 말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이런 인물들이야 말로 신개념의 정치인들이다.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의적인 정치를 만들 수 있다. 정치 냉소주의를 타파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용기와 도덕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유권자들은 당당하고 멋진 승부를 원한다. 한낱 다른 사람의 이름에 기대어 출세하려는 사람들, 기회주의자 좀비 정치인들에게 이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자기 이름을 당당하게 내거는 책임지는 정치인을 선택해야 한다. 이들이야 말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진실한 사람들’이다.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