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 구조조정 가시화에 SK '잰걸음'···GS·포스코도 '군침'

민간 발전사, 수익성 악화에 고민···정부, 규제완화로 걱정 덜어줘

입력 : 2016-02-03 오전 7:03:43
전력시장 구조조정은 민간기업의 발전사업 참여 확대로 수렴된다. 정부와 업계는 전력시장에 민간이 참여하면 신사업을 키울 수 있고, 경쟁 도입으로 전기값까지 낮아진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업계가 전력시장 구조조정을 바라는 숨은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민간 발전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돼 전력시장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심산이다.
 
민간 발전사, 2013년 이후 수익성 악화···추락하는 LNG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전력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2013년을 정점으로 민간 발전사들의 수익성은 급감했다. 민간 발전사 중 가장 규모가 큰 포스코에너지의 경우, 2013년 영업이익 2265억원에서 2014년에는 1186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SK E&S, GS파워 등 다른 사업자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는 민간 발전사들이 대부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데 원인이 있다. 지난해 기준 민간 발전사업의 LNG발전소 운영 비중은 70% 수준으로, 이는 발전 공기업들이 석탄화력발전소를 주로 운영하는 것과 대비된다. LNG발전은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지만 원가가 비싸다. 전력거래소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유연탄과 무연탄 가격은 톤당 각각 9만2218원, 16만2844원인 데 반해 LNG는 83만2379원으로, 유연탄의 9배에 이른다.  
 
사진/뉴스토마토
 
문제는 발전사들이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이 사들일 때 발전원가가 가장 낮은 발전소부터 구매한다는 점이다. 자연스레 상대적으로 원가가 낮은 석탄화력발전소가 먼저 전력을 팔게 된다. 요즘처럼 전력 공급예비율이 10%를 넘는 등 전기가 남아돌 때는 민간이 운영하는 LNG발전소의 가동률은 극히 떨어진다. 
 
민간 발전업계는 이에 대해 정부가 전력수요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 민간 발전사 관계자는 "2011년 대규모 정전사태로 화들짝 놀란 정부가 부랴부랴 석탄화력발전소 공급을 늘리다 보니 4~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전력 공급예비율이 급증했다"며 "LNG발전소만 직격탄을 맞았다"고 불평했다.
 
민간 발전사들이 석탄화력발전소 중심의 에너지 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전소 통·폐합을 내심 바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익성의 걸림돌이 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 LNG발전소 가동률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전력분야 10대 프로젝트·전기사업법 개정안, 규제완화에 초점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전력분야 10대 프로젝트'를 보면, 정부는 민간의 에너지신산업 투자를 이끌고, 중소·벤처기업의 전력시장 참여를 늘리기 위해 올해 총 6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민간의 투자를 제약하는 요소를 없앨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상반기 내로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추진할 규제 완화에는 ▲한전의 전기판매 독점 완화 ▲대용량(1㎿ 이상)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거래소 판매 허용 ▲전력중개사업 허용 등의 내용이 담긴다.
 
이 같은 정부 의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서도 엿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9월 '에너지 신산업 대토론회’에 참석, "이제 에너지시장, 전력시장도 개인이나 마을이 스스로 만들 수가 있고, 자기가 수요를 만들고 시장을 만들어 진출한다. 민간에게도 진입장벽, 규제를 풀어줘야 되지 않겠냐"며 일대 변화를 예고했다. 
 
발전노조 측은 정부의 전력시장 민영화 방침이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은 노골적인 민영화 의도라고 반발한다. 발전노조 관계자는 "이제는 대통령까지 공공연히 민간의 전력시장 참여를 주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업부는 에너지신사업 육성의 목적은 개인이 전기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게 하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발전노조 측은 전력을 생산하려면 대형 발전설비가 필요한 전력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집에서 남는 전기를 사고팔게 하겠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발전소 민간 매각 조짐도···SK, 연초부터 잰걸음
 
특히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을 추진하면서 일부 발전소 통·폐합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민간기업으로의 매각 의혹까지 제기된다. 실제로 남동발전과 동서발전 등 일부 발전사에서는 거리가 가까운 몇 개 발전소끼리 통합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SK의 최근 행보도 전력시장 민영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남동발전과 발전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최창원 SK가스 부회장과 최광철 SK건설 사장이 남동발전 삼천포화력발전소와 고성그린파워 공사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성그린파워는 남동발전(29%)과 SK가스(19%), SK건설(10%)이 공동 출자한 화력발전소로, 지난해 착공했다. 남동발전과 SK 측에 따르면 최 부회장 일행의 방문은 SK가스와 SK건설의 임원 일정에도 기록되지 않을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됐다. 
 
발전노조 측은 남동발전과 SK그룹이 공동출자해 발전소를 짓고 있으며 남동발전에서 통합설이 빈번하다는 점을 들어 SK가 남동발전의 일부 발전소를 매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또 남동발전은 올해 1월1일자로 50억원을 들여 브랜드네임을 기존 ND(NamDong)에서 KOEN(KOreaENergy)로 변경했으며, 최 부회장 방문에 맞춰 급히 사내에 남아있던 ND로고를 KOEN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노조 측은 남동발전이 민간기업에 매각될 것을 예상하고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브랜드네임을 바꾼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또 GS그룹과 포스코 등도 발전소를 종종 찾아 발전 공기업과의 합작 또는 민영화에 관심을 가지는 눈치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SK가스와 SK건설 측은 노조 측이 제기한 의혹을 부인했다. "새해를 맞아 단순 현장방문이었다"는 것이다. 남동발전 역시 "발전사 통·폐합과 민영화는 오래전부터 나오던 이야기"라며 "브랜드네임 교체는 발전사 매각과 관련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민간 발전업계가 걸어온 이력을 보면 발전노조 등이 제기하는 민영화 우려를 기우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어 보인다.
 
전력시장 내 민간 발전 비중은 지난 2005년 8.2%에서 2015년 22.7%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체 9만8189㎿의 발전설비 용량 가운데 민간이 2만2213㎿(22%)를 차지하고 있다. 이 역시 지난 2005년 5080㎿에서 4.3배 늘었난 수치다. 원자력발전의 경우 민간기업의 시장 참여가 제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제외한 석탄화학, 석유, 가스,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민간 비중은 더 높아진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조만간 전력시장의 30% 이상이 민간 에너지 대기업 소유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스마트그리드, 기후변화 대응을 빌미로 전력 판매를 민간에 개방하고 전력거래 시스템의 변화 등을 추진하고 있고, 민간기업들은 투자 리스크가 적었던 LNG에서 안정적 고수익이 보장되는 대규모 석탄화력으로 투자방향을 선회해 민간기업의 사유화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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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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