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전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경영권 법정분쟁의 신호탄인 롯데쇼핑 가처분 소송이 철회됐다.
가처분 소송으로는 이례적으로 3달 동안 총 4기일에 걸쳐 진행된 소송이 신 전 부회장의 자진 취하로 일단락 된 것이다. 이는 재판부의 결정을 직전에 앞둔 상황에서 이뤄졌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쇼핑(감사위원회 대표 고병기)을 상대로 낸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을 2일 취하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날 소송 취하 직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므로 법원 절차를 종료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소송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었고, 이긴 것은 우리 쪽"이라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취하로 신 전 부회장 측은 당초 소송을 제기한 '경영권 되찾기'라는 목적에서 조금 더 멀어졌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중국사업 손실 등 신 회장의 귀책을 드러내 경영능력에 '흠집'을 내려던 시도가 '경영권 감시'라는 명분만을 남긴 채 일단락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8일 신 전 회장 측의 제소로 시작된 이 소송은 10월28일 첫 심문이 열린 뒤 총 3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4기일에 걸쳐 진행됐다.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은 각각 법무법인 양헌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를 법률 대리인으로 내세워, '경영권 감시'와 '자발적 제출'이라는 전략으로 각각 맞서 왔다.
이 때문에 당초 지난해 12월23일을 끝으로 심문기일을 마칠 예정이었던 소송은 신 회장 측의 변론재개 신청으로 한 기일 연장됐으며, 신 회장 측은 이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 측이 요구한 롯데쇼핑 관련 회계자료를 추가로 냈다. 신 전 부회장 측에서 소송을 건 명분을 잃게 한 셈이다.
재판부 또한 지난달 27일 마지막 심문기일에서 "롯데쇼핑 측에서 1만6000쪽의 자료를 신청인 측에 임의로 제출했고, 신청인 측에서도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가급적이면 당사자 쌍방이 임의로 이행할 수 있는 부분은 이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당시 쌍방 간 합의로 법정 다툼을 끝맺음 지으라는 사실상의 권고로 풀이됐다.
하지만 소송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달 25일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쇼핑에 이어 호텔롯데에도 회계장부 열람 소송을 제기했다.
신 전 부회장이 지난해 10월8일 기자회견을 통해 "부당회계 및 부실경영 의혹이 있는 모든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경영감시권을 행사해, 해당 계열사의 회계장부와 관련 서류 조사 절차를 지속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힌대로다.
김수창 양헌 변호사는 지난달 27일 롯데쇼핑 소송 마지막 심문기일 직후 "호텔롯데 측에 자료를 공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호텔롯데가 거절해 소송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이혜광 김앤장 변호사는 같은날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숨기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섰고, 롯데그룹 차원에서도 '이 기회에 다 제출하고 법적 판단을 받아라'는 생각을 하게 돼 변론재개 신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신 회장 측도 '겉과 속'을 달리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회계장부 열람·등사 소송'이라는 같은 형식을 취했지만, 호텔롯데는 일본 광윤사를 제외하면 한국 롯데그룹 지분구조에서 최정점에 있는 주요 회사다.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 측이 호텔롯데 소송에서는 어떤 전략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왼쪽부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뉴시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