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앓고 태아를 대상으로 엄마 뱃속에서 좁아진 판막을 풍선으로 넓히는 시술을 성공시켰다.
서울아산병원은 원혜성·이미영 산부인과 교수팀과 김영휘 소아심장과 교수팀이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앓고 있는 29주의 태아에게 엄마 뱃속에서 대동맥판막 풍선확장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이란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를 연결하는 문인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아 심부전 등이 발생하고 심장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선천성일 경우 임신 20주 전후에 산전 초음파로 질환을 발견할 수 있다. 진단이 비교적 쉬운 것에 비해 지금까지 태아에서는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어 여러 번에 걸쳐 가슴을 절개하는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원혜성 교수와 이미영 교수는 태아의 심장을 초음파로 확인하면서 엄마 배를 통과해 태아의 대동맥판막까지 카테터를 삽입한 후 김영휘 소아심장과 교수와 장순덕 방사선사의 도움으로 풍선을 부풀려 좁아진 판막을 넓히는 시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했다.
시술은 약 30분 정도 진행되었으며 이를 통해 태아의 좁아진 대동맥판막이 넓어지면서 심장기능이 73%(50% 이상이면 정상)까지 회복했고 추가적인 심장수술도 시행할 필요가 없게 됐다.
태아의 판막 풍선확장술은 지난 1991년에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현재는 미국 보스턴 어린이 전문병원에서 가장 많은 치료를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번 태아치료를 위해 산부인과와 소아심장과, 신생아과, 마취통증의학과가 함께 시술 전 시뮬레이션 등의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해왔고 유기적인 협진를 통해 국내 첫 태아의 판막 풍선확장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교수(산부인과)는 "그동안 1100례 이상의 태아치료경험과 진료과 간의 유기적인 협진으로 이번 태아의 판막 풍선확장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며 "향후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교수(왼쪽 두번째)팀이 태아에게 풍선확장술을 시행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