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대상선(011200)의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현대증권 매각 등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확정하고 자체 경영정상화를 추진한다고 2일 밝혔다. 지난 29일 현대그룹은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자구안은 2일 오후 2시 채권단 회의를 거쳐 확정됐다.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난 2013년 12월에 마련한 3조 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를 골자로 한 선제적 자구안을 발표한 후 2년여 만에 목표치 대부분을 이행했지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해운업황 등으로 인해 기존 자구안만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고 보고 추가 자구안을 마련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추진방안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자구안에 따라 현대그룹은 우선 지난해 매각이 무산된 현대증권 등 금융3사에 대한 공개매각과 대주주 사재출연에 착수한다.
특히 현대증권 매각은 모든 시장 참여자들에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진행할 방침이다. 매각가는 지난해 오릭스PE가 제시했던 6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서는 자금사정이 급박한 현대그룹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가격협상력이 떨어질 것이라 분석도 나온다.
현정은 회장이 별도로 3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해 현대상선에 1000억원의 긴급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벌크전용선사업부 ·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등 추가 자산매각도 진행된다.
앞서 현대상선은 지난달 29일 보유하고 있던 현대아산 지분을 현대엘리베이터에 처분했다. 처분금액은 373여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3.16%에 해당한다. 이와 더불어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현대증권 주식을 담보로 327억원이 자금을 단기차입했다. 이를 통해 총 7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현대그룹은 공모·사모사채, 선박금융 등 비협약채권에 대한 채무조정도 추진한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그룹과 비협약채권단들간 채무조정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될 경우, 협약채권단의 채무조정에 협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이같은 고강도 유동성 확충 노력과 동시에 수익성 향상을 위한 체질 개선 노력도 병행 추진한다. 특히 수익성 저하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용선료에 대해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외국 선주와 용선료(선박을 빌리는 비용) 인하 협상을 자구안에 포함시켰다. 외국인 변호사를 선임해 고액의 용선료를 깎아보겠다는 계산이다. 지난 2014년 기준 현대상선은 용선료로 2조1000억원을 지급했다.
현대상선 측은 "이번 추가 자구를 추진하며 다수의 이해관계자간 채무조정 방안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수익성 향상을 위해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즉생의 각오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마련했다"며 "이번 자구안만으로 유동성 우려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주채권은행 등과 협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상선은 오는 4월과 7월 각각 1200억원과 24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현대상선의 전체 채무는 4조8000억원이다. 비협약채권은 3조3000억원, 협약채권은 1조5000억원이다. 비협약채권은 채권단이 조정할 수 없는 채권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400% 부채비율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했고, 현대상선은 이같은 자구안을 제출하게됐다. 현대상선의 지난해 9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785%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