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에서 피고인 아더 존 패터슨의 변호를 맡아 유명세를 탄 오병주 변호사(60·사법연수원 14기)가 오는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양천갑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오 변호사는 패터슨이 1심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당일인 지난달 29일 후보등록을 마쳤다. 이는 그가 항소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 "가엾은 패터슨의 누명을 벗기겠다"고 강조한 날이기도 하다.
1심 선고가 난지 4일 후인 2일 오 변호사는 "술다섯병 오병주! 오병이어의 주님을 섬기는 오병주가 여러분 가정의 축복을 기원하는 축배를 올린다.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꾼이 아니라, 다음세대를 준비하는 설계자가 되겠다"며 출마의 변을 알렸다.
오 변호사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패터슨 선고가 지난 금요일 끝났다. 다른 후보들은 12월부터 후보사무소를 개소하고 뛰었는데, 저는 그것 때문에 국회의원을 못 하더라도 진실을 밝혀주려는 마음으로 모든 정치활동을 안 했다"고 말했다.
또 "선거 기간에도 직접 항소심을 진행할 것"이라며 "득표에 불리한 한이 있더라도 불쌍한 피고인의 억울한 누명은 벗겨주려고 한다. 패터슨의 어머니나 패터슨도 저에 대해 계속 신뢰를 보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오 변호사가 총선 준비를 하면서 변호사의 의무인 '신의성실 의무'에 따라 항소심 진행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다.
그는 이에 대해 "어쩔 수 없다"면서 오히려 "거짓말탐지기 정확도가 97%이다. 사람은 위증할 수 있어도 기계는 거짓말을 못 한다"고 강조했다. 1997년 '이태원 살인사건' 발생 당시 거짓말탐지기 측정 결과 패터슨은 '살인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진실인 것으로 일관되게 나왔다. 그러나 공범 에드워드 리는 살인혐의 부인이 거짓답변인 것으로 여러번 측정됐다.
법조계에서는 오 변호사의 총선준비와 항소심 준비 병행이 대한변호사협회 내규에서 정한 징계대상인 '신의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선거 활동과 변호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 자체가 원칙적으로 문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실히 변호하지 않으면 '성실의무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실의무 위반'은 대한변협이 내규를 통해 회원을 처벌할 근거로 규정하고 있는 징계 사유 가운데 하나다. 단, 변호사법상 의뢰인이나 의뢰인 가족 등이 수임변호사가 속한 지방변호사회에 징계개시를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패터슨이나 그의 부모들이 총선과 항소심을 병행하는 것을 신의성실의무 위반으로 오 변호사의 소속 변호사회인 서울변호사회에 징계신청하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도 변호사가 주요 사건을 수임한 상태에서 선거에 출마, 선거 활동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 판사는 "아직 선임계가 제출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논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사건에 전념해야 할 수임변호사가 선거에 출마해 이름만 올려놓고 실질적으로 다른 사람이 사건을 맡게 하는 것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패터슨은 1심 선고일인 지난달 29일 당일 항소한 상태다.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1심대로 형이 확정되면 올해 37세인 그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만기출소하게 된다.
1심 재판부가 패터슨에 대해 검찰 구형대로 징역 20년 최고형을 선고한 지난 1월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아더 존 패터슨 측 변호를 맡은 오병주 변호사가 선고 결과에 반박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