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렌드)웹툰, 문화콘텐츠 시장 강자로 '우뚝'

웹 기반 문화 소비시대의 도래가 웹툰 붐의 핵심 요인

입력 : 2016-02-07 오후 1:10:48
짧은 시간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스낵컬처(Snack Culture)'에 사람들이 열광하게 되면서, 웹툰이 대중문화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에 밀려나는 듯하던 웹툰이 IT모바일시대의 대중문화 트렌드와 함께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4일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웹툰, 대중문화의 새로운 아이콘' 보고서에 따르면 웹툰이 'PC와 모바일 환경에 친숙한 밀레니엄 세대'와 '아날로그에 익숙한 시니어 세대' 모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으로, 문화 산업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양선희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웹툰을 서비스하는 상위 5개사의 통계를 합산하면 웹툰을 보는 소비자의 수가 9000만 명을 넘는다"며 "초창기 소수의 마니아를 위한 대표적인 시장 아이템으로 여겨졌던 웹툰이 문화 산업 시장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레 역으로 분한 가수 임시완. 사진/미생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대중공감·짧은시간 소화가 웹툰의 매력
 
보고서에 따르면 웹툰은 서구 웹코믹스의 한국 버전이라 볼 수 있다. 2003년 웹툰 작가 강풀의 등장으로 웹툰의 인기도가 크게 올라갔다. 또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가장 성공한 웹툰 작품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일본의 만화 시장에서는 온라인 만화가 e-Book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반면, 한국에서는 만화의 창작과 유통을 웹으로 잇는 웹툰이 붐을 일으키는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제작되는 만화와 웹툰을 국외로 수출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 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웹툰의 인기 요인을 ▲웹 기반 문화 소비 시대의 새로운 유통 방법 ▲스낵컬처를 선호하는 현대인들의 대중문화소비 트렌드 ▲'일상툰'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는 매력 등으로 분석했다. 양선희 연구원은 "웹툰은 모바일, 클라우드, IT 시대에 콘텐츠의 다양화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대중문화 아이콘이 되고 있으며 우리들의 삶의 모습도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의 인기에는 통신 속도의 증대가 큰 몫을 차지한다. 현대인들의 정보 유통과 문화 소비가 스마트 기기에 더 의존하는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다. 특히 출·퇴근시간과 휴식시간 등 짧은 시간에 눈길을 끌만한 매회 작은 분량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드라마 형식은 다수의 소비자에게 '웹툰 중독성'을 키운 핵심요소다. 또 웹툰은 간결한 스낵컬처를 선호하는 대중문화소비 트렌드와 잘 맞물렸다.
 
아울러 웹툰은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매력이 있다. '일상툰'은 생활 주변의 흔한 소재를 테마로한 웹툰의 한 종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상툰은 사소한 이야기를 미니 드라마 형식으로 연재하면서, 오늘날 한국에서 함께 사는 동시대인들이 공감하는 '일상의 공유'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며 웹툰의 중독성을 전파해왔다. 최근 드라마로 리메이크된 직장인의 잔잔한 일상을 그린 웹툰 '미생'이 대표적인 일상툰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 기반 웹툰, 방대한 양의 콘텐츠 쏟아질 것"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웹툰 시장 생태계는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웹툰 시장에 대기업들이 참여를 늘리면서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웹툰이 단순한 오락만화시장에서 벗어나 문화 산업화의 길을 걷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 '포털을 중심으로 생성된 웹툰 생태계'를 꼽았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주요 포털은 웹툰의 잠재적인 가치에 주목하면서 '전업 작가들과 독자들을 포털이라는 일정한 유통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수천 명이 넘는 전업 웹툰 작가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마치 단일 회사조직에 속한 직원들처럼 매일 작품을 생산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웹툰이 포털에 게재되고 독자들이 포털에서 웹툰 서핑을 즐기게 되면서 '포털과 수천 명의 창작자들, 모바일 및 데일리 서비스'라는 구조의 웹툰 생태계가 나타나게 됐다. 각 포털들은 웹툰에 광고를 게재하고 단행본 판매, 유료 미리보기 서비스 등으로 수익성을 확보했다. 양선희 연구원은 "포털의 수익이 만화가들에게 전해지면서 웹툰 생태계도 활기를 띠게 됐다"며 "다수의 창작자들은 포털에 소속된 전업 만화가로서 포털이 확보한 수익을 공유하며, 안정된 환경에서 보다 풍부한 내용의 웹툰을 생산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웹툰 시장에는 '웹툰 프로듀서'라는 새로운 직업도 등장하게 됐다. 각 포털은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되는 작품의 대중성 관리를 위해 이용자들의 니즈를 작화자들이 창작활동에 반영하도록 돕는 웹툰 프로듀서라는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다. 웹툰 프로듀서는 소비자들의 희망사항을 창작자들에게 전달하고, 창작 작품의 방향성을 관리하면서 웹툰의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입장을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한다. 양 연구원은 "웹툰 프로듀서의 활동이 강화되면서 웹툰 시장은 포털의 영향이 더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며 웹툰 프로듀서는 웹툰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요소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웹툰은 다양한 뉴스, 서적 등 장르와의 융합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는 글과 사진으로 이루어지던 기사를 웹코믹스로 제작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웹툰이 저널리즘의 영역을 다룰 개연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빌게이츠가 추천 도서로 선정하기도 한 단행본 '위험한 과학책'은 어려운 내용을 만화로 풀어 이해하기가 수월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기도 했다. 보고서는 학습만화가 출판만화 시장에서 큰 수익을 거둔 것처럼 웹툰의 학습만화 시장 진출 역시 시간문제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양선희 연구원은 "포털 혹은 인터넷기업들이 내놓고 있는 플랫폼 기반 웹툰은 종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작화가 풀을 형성하면서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쏟아낼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류석 기자 seokit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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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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