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경제 지표 부진으로 미국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제시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미국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고 이에 따라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 경기 전반적으로 타격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미국 경기 전반적으로 부진함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ISM이 발표한 미국의 1월 서비스업지표는 53.5로 전월 대비 2.3포인트나 급락하며 2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전날 발표됐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도 48.2를 기록하며 네 달 연속 위축세를 이어가는 등 그동안 제조업 관련 지표들은 꾸준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둔화가 미국 경제의 다른 부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스티브 머피 캐피탈이코노믹스 US이코노미스트는 "2001년 경기침체(리세션) 전에도 제조업 경기 부진이 경제 전체로 확산되는 일이 있었다"라며 "연준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크게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경제가 올해 리세션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FT가 1월 51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 안에 리세션에 빠질 가능성은 20%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12월의 15%에서 5%포인트 오른 것이다.
FT는 “거시 경제 악화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 전문가들 “올해 금리 한번 올리기도 쉽지 않아”
월가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올해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FT는 블룸버그데이터를 인용해서 현재 연방기금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올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60%라고 보도했다. 이는 연초의 5%와 일주일 전의 30%에서 급등한 것이다.
연준이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7%로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또 다른 설문조사를 인용해 투자자들이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12%로 1월 50%보다 훨씬 낮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공개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을 알 수 있는 점도표에서는 올해 4번의 금리 인상이 예상됐었지만 사실상 한 번도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날 연준 의원 내에서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 나왔다.
독일 마켓뉴스인터네셔널(MNI)과 인터뷰를 가진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금융 시장의 혼란은 경제 성장에 대한 전망을 바뀌게 할 수 있고 경제에 큰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만약 글로벌 경제가 더 큰 난관을 만나게 되고 달러가 추가로 급등한다면 미국 경제에도 매우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더들리 총재는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지만 현재나 금융 상황이 12월보다 훨씬 더 위축됐다”며 “이것이 3월까지 지속될 경우 통화정책 결정시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 낮아지며 달러 급락
외환 시장에서도 이러한 전망이 반영되고 있다. 이날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주는 달러 인덱스는 1.7% 급락한 97.1을 기록해서 3개월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1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알려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달러인덱스 역시 1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블룸버그 달러인덱스는 장중 하락률이 1.9%에 달하면서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 가치 하락은 사실상 올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나타내주는 증거”라고 전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며 자연스레 상대 통화들의 가치는 급등했다. 일본 엔화 가치는 일본은행(BOJ)의 추가 부양책 조치에도 불구하고 달러 대비 치솟고 있다. 이날에는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필요시 마이너스 금리 폭을 확대할 수 있다”라고 발언하며 엔화 급등 저지에 나섰으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WSJ은 “하루히코 총재의 발언을 투자자들이 사실상 무시하고 있고 연준의 금리 동결에 더욱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