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시작한 가운데 일본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함으로써 주요국 간 통화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각국의 너도나도 '돈 풀기'를 통한 통화가치 절하 경쟁 속에 뾰족수가 없는 한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10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8월 사흘만에 위안화 가치를 4.7% 절하해 전 세계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은 데 이어 올해 1월 다시 위안화 가치를 0.22% 절하시키며 통화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일본도 이에 대응해 지난달 29일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충격을 불러왔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현행 0.1%인 기준금리를 0.2%포인트 낮춰 -0.1%로 하향 조정,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하는 민간은행은 오히려 0.1%의 수수료를 부담하게 됐다.
이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2014년 6월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두 번에 걸쳐 금리를 -0.3%까지 낮췄고, 유로존 국가 이외 스웨덴과 덴마크. 스위스도 각각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했다.
전 세계 각국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절하시키는 것은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서다. 특히 마이너스 기준금리는 물가 하락과 통화 가치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극약처방의 일종이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처방에 나선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총성없는 통화전쟁 속에 놓여있는 한국이다. 이미 중국의 위안화 절하 드라이브가 시작된 마당에 일본과 유로존까지 통화 절하 경쟁에 들어가면 원화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에 빠지기 십상이다. 원화의 상대적 절상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는 물론이고, 환율 불안이 야기할 금융시장의 요동 가능성도 커진다.
하지만 외환당국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BOJ 결정에 대해 "우리 금융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시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는 선에서만 공식 입장을 냈다.
통상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일본과 경쟁 관계인 우리나라 제품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금융 및 재정 정책은 물론 수출 지원 정책에도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근본적으로는 경제 구조를 개선하고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엔화 및 위안화 약세는 개별 수출기업들이 컨트롤하기 불가능한 대외변수인 만큼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며 "무역보험 등을 통해 적극적인 환위험 관리에 나서야 하고, 엔저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금리 우대나 대출기간 연장 등 금융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일본 중앙은행(BOJ)은 지난달 2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현행 0.1%인 기준금리를 0.2%포인트 낮춰 -0.1%로 하향 조정했다./사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