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프로농구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경쟁 종목인 프로배구의 위상이 올라간 분위기다. 시청률과 관중 변화 흐름에서 프로배구가 프로농구를 앞지르고 있다.
프로배구 운영 주체인 한국배구연맹(KOVO·총재 구자준)은 지난해 12월21일 케이블 방송사인 'KBS N'과 2016-2017시즌부터 2020-2021시즌까지 5년간 총 200억원 조건의 중계권 계약을 했다. 프로배구가 출범한 2005년에 지상파 3사와 중계권 계약을 하면서 알려진 금액이 3억원이다. 이와 비교하면 연간 12배 이상 늘어난 40억원을 받게 된 것이다.
반면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한국프로농구연맹(KBL·총재 김영기)은 매년 중계권 계약에 난항을 겪으면서 올 시즌 초반도 중계되지 않는 등 부침을 겪었다. 내년 시즌에도 시청률이나 여러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방송사와 중계권료 협상에 재차 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청률에서도 배구는 이미 농구를 추월했다. 프로배구 시청률은 2012-2013시즌부터 인기 있는 팀들의 경기가 종종 1%를 넘어섰다. 겨울 스포츠가 넘기 힘들다는 1%대의 시청률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이듬해인 2013-2014시즌부터는 평균 시청률이 0.5%를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프로농구는 0.2~0.3%를 오가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 이 시즌 프로농구는 개막 한 달이 넘도록 KBL이 방송사들과 중계권 협상도 타결하지 못해 원성을 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아무래도 방송사들이 중계를 고려할 때 시청률을 먼저 볼 수밖에 없다"고 이러한 현상을 설명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프로농구계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중계 접속이나 언론사 기사량 등에서 농구가 배구에 앞선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스포츠마케팅 관계자는 "농구라는 종목이 그만큼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뜻이라서 더욱 KBL의 분발이 촉구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관중 수 변화도 정반대다. 프로배구는 2005년 원년 시즌 10만1436명이던 관중이 지난 시즌 52만4663명으로 상승해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프로농구는 1997년 출범 당시 40만116명의 관중을 모은 이후 2011-2012시즌 133만3861명으로 최다 관중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이후 침체기를 겪다가 지난 시즌엔 106만944명으로 꺾이며 내림세에 빠졌다. 팀 수가 다른 두 종목의 단순 수치 비교는 어렵지만 각각의 변화 추이는 정반대를 그린 셈이다.
프로배구의 성장에는 일관된 스폰서도 한몫했다. NH농협이 2007-2008시즌부터 8시즌 연속 타이틀 스폰서를 맡으면서 운영 안정화를 도왔다. 하지만 프로농구는 우승팀이 다음 시즌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등의 정책을 펴다 2011-2012시즌부터 KB국민카드(3회)와 KCC(2회)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오고 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해 10월1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1라운드 남자부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의 경기 모습. 장충체육관이 우리카드 홈으로 다시 문을 열면서 많은 관중들이 몰려 배구를 관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