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이 큰 변동성을 겪으면서 국채금리는 사상 최저치로 화답했다. 주요국 금리낙폭이 확대된데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된 영향이 반영돼 국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증폭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11일 국채 3년물 지표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5.6bp(1bp=0.01%p) 내린 1.450%를 기록했다. 이는 기준금리(1.50%)와 불과 5.0bp 차이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지난 4일 1.494%로 역대 최저치를 보인지 2거래일 만의 기록경신이다. 채권금리 하락은 채권값 상승을 뜻한다.
국채 10년물(1.766%), 20년물(1.860%), 30년물(1.894%) 등 모든 기간물 국채도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설 연휴기간 유럽계 은행의 건전성 이슈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 중심에 코코본드에 대한 이자배당을 내년도에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제기된 점은 강세장의 큰 요인이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 9일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대에 진입하기도 했고 국제유가가 급락한 점도 그 배경이 됐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발언도 금리하락을 지지하고 있다. 앞서 옐런 의장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대로 추가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질 것을 시사했다.
국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북한에서 로켓을 발사했고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이 같은 모습은 위험자산 회피심리(안전자산 선호심리)를 더 높이며 채권 강세를 이끌 전망이다. 전날 당국의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는 금융시장이 불안전한 상황을 보이고 있으며 안정을 찾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형증권사 채권운용역은 "채권시장이 추세적 강세장에 들어선지 꽤 됐고 현 상황에서는 위험자산이 강해질 요인을 꼽기가 어렵다. 당분간 제시될 시그널도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며 "이미 오른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앞으로도 채권투자가 유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들어선 지금은 채권투자에 서두를 시기라는 진단도 나온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마이너스 국채금리는 결국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는 그나마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국채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각국의 웬만한 통화정책 대응으로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좀처럼 가시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한국은행의 매파적인 스탠스에도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임을 감안하면 지금은 채권투자를 미루는 것이 더 위험하다"며 "듀레이션 확대 기조 속에 캐리 차원에서 우량 회사채 비중확대를 지속할 것"을 권고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장기금리의 마이너스 진입은 일본금융기관들의 원화채권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일본 국채의 물량부족현상과 일본 금융기관들의 마이너스 금리 패널티를 피하기 위한 해외자산 투자가 확산될 경우 절대금리뿐 아니라 재정·외환 건전성이 높은 원화채권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7월 이후 일본의 원화채 투자 증가세가 이어지며 투자잔액은 1조3500억원을 상회한다.
다만 한은의 스탠스 변화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강세는 제한될 것이란 진단이다. 박혁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휴기간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영향으로 강세재료가 우위를 보이며 하단테스트 시도가 지속되겠으나 금리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됨에 따라 금리 수준의 부담은 금리 하락을 제한할 것"이라며 이번주 국고 3년물과 10년물 금리의 변동범위로 각각 1.45~1.55%, 1.83~1.95%를 제시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