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4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개성공단 임금은 달러 현금으로 지급되고, 근로자에게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북한 당국에 전해진다”면서 “당국에 전해진 돈은 다른 외화와 같은 흐름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홍 장관은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돈의 70%가 (노동)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서기실이나 39호실로 들어간 돈은 핵이나 미사일,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쓰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장관과 통일부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지난 10일 처음으로 그같은 주장을 내놨던 홍 장관은 12일 “여러 (증거) 자료를 정부는 가지고 있다”면서도 “공개할 수 있는 자료였다면 벌써 공개 했을 것”이라며 공개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노무현 정부 이래 역대 정부의 입장과 정반대라는 지적이다. 나아가 한국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 사실을 시인한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에 따른 정상적 거래”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고, 박근혜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는 개성공단을 통한 교역과 임금 지급이 안보리 제재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이날 “정부는 2013년, 2014년과 2015년 유엔의 대북 제재 이행점검시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이 핵개발 자금으로 사용된다’는 자료 보고를 하지 않았다”면서 “관련 자료가 있다는 홍 장관의 발언은 유엔 결의 위반이고 허위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동안 통일부는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임금 중 북한 당국이 일종의 근로소득세인 ‘사회문화시책비’로 30%를 가져가고 남은 70%는 ‘현물(물품교환권)과 현금’으로 근로자들에게 지급된다고 설명해왔다. 따라서 ‘70%를 노동당이 가져간다’는 홍 장관의 주장은 기존의 설명을 180도 뒤집은 것이지만 그 이유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따른 정부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