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은 무소속 박지원 의원에 대한 대법원 최종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며 그가 명분으로 내세운 야권통합 견인 여부는 물론 정치활동 자체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박 의원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을 오는 18일 오후 2시50분 연다.
공직선거법은 알선수재 혐의로 집행유예 이상에 처해지는 사람은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하고 있다. 항소심 결정이 유지될 경우 박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며 향후 정치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16일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대법원 선고를 담담하게 기다리고 있다”며 “그 여하에 관계없이 야권의 통합을 위해 무소속의 길을 가고 총선 후 통합을 해서 정권교체의 길로 매진하겠다는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더민주 탈당 후 그는 지역구인 전남 목포 곳곳을 돌며 표밭다지기에 나서는 한편 남북문제와 야권통합 사안에도 간간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온통 18일이 화제였습니다.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글을 남기며 초초한 심경을 비치기도 했다.
대법원 선고가 확정될 경우 박 의원의 영향력이 지금과는 같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야권통합 등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박 의원의 활동은 국회 원내 진입을 매개로 하는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로 당장 원내활동을 못하게 된다면 힘이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오거나 출마가 가능한 선고를 내리더라도 이번 총선에서 그의 당선 여부는 확실치 않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 7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모노리서치가 조사·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의원은 국민의당 후보인 배종호 전 KBS 뉴욕특파원을 0.7%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연세대 객원교수가 목포에 출마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도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변수다. 김 교수는 지난 10일 한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더민주 입당이 출마를 염두하고 계획을 짜서 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이달 내로 분명히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불출마를 못 박지 않았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박지원 의원이 지난달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