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발주 자체가 줄어든 중동을 벗어나 중남미 등 신시장으로 먹거리를 찾아 나선 건설업계에 지카 바이러스라는 또 다른 악재가 날아들었다.
지카 바이러스는 작년 5월 브라질에서 첫 보고된 이후 점차 유행 지역이 확산돼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발병국이 총 31개국으로 확산되자 지난 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공중보건위기상황'을 선포했다. 특히 최근 브라질에서 세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동남아,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감염자가 확인된 상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는 1952년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 인체감염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됐다. 주로 이집트숲모기에 의해 전염되며 감염시 감염반점구신성을 동반한 발열과 근육통 등이 수반된다고 알려졌다. 현재 지카 바이러스가 신생아 출산에 소두증을 유발한다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마땅한 백신조차 없어 현재까지 예방만이 최선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지역이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눈을 돌리던 곳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올 들어 16일까지 해외건설수주액이 37억1332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78억6121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운데 중동 외 시장으로 꼽히는 아프리카(22억6231만달러), 아시아(17억4698만달러), 태평양·북미(10억5973만달러) 지역들에서의 선전으로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중동 수주액은 12억8038만달러에서 7923만달러로 급감했다.
특히, 올 들어 최대 수주고를 올린 국가인 멕시코(6억199만달러)의 경우 브라질, 콜롬비아 등과 함께 유행국가로 지정돼 있어 수주를 하고도 안심하고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처지가 되지 못했다.
A건설 관계자는 "현장에 본사 직원을 내보내야 하는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직장 내부에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파견을 보내더라도 마땅한 예방법이 있는 게 아니고 안전지침을 전파하고 비상시 행동요령을 숙지시키는 수준에 그쳐서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B건설 관계자는 "기본적인 대비책은 모두 마련해 둔 상태"라며 "메르스나 에볼라 바이러스 때와는 달리 중남미에서 시작되다보니 분위기가 다르기도 하지만,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의 발주량 감소로 신시장을 찾던 건설사들 입장에서도 낭패다. 선택 가능한 답안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세계 경기가 침체돼 있는데, 그나마 먹거리가 될 만한 곳들마저 외부 요인으로 또 다시 수주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며 "정쟁, 테러, 에볼라·메르스 등 악재가 이어져오던 터라 개별 건설사 입장에서도 마냥 손을 놓고 있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수주에 나서기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건협은 질병당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자료를 받아오고 있으며 해당 국가 진출 기업체에게도 바이러스 예방 조치를 강화하라고 공지를 내린 상태다. 또 회원사들에게 지카 바이러스 참고자료, 대응 행동수칙, 초동조치 매뉴얼 등을 배포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지카 바이러스를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고 24시간 긴급상황실 운영, 입·출국자 대상 홍보 강화, 신고방법 안내 등에 나서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유행으로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에 또 다시 악재가 생겼다. 브라질에서 이집트숲모기를 박멸하기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