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의 은행 판매를 허용키로 한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앞으로 한 달여간의 준비 기간 동안 인력 확충 등 준비작업에 분주하다. 특히 ISA에 자사 예·적금 상품을 포함시켜 달라는 은행권의 요청은 거절됐기 때문에 타행들과 예적금 교환 수수료율도 정해야 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일임형 ISA 판매 허용 방침에 따라 투자일임업 등록을 위해 필요한 요건을 갖추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 은행은 금융위원회가 정한 일정에 맞춰 일임업 허가 신청을 마치는 한편, 전산 시스템 개발과 투자일임 전문인력 확보 작업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지난 14일 일임형 상품의 은행 판매를 골자로 하는 ISA 활성화 방안을 통해 내달 초부터 은행에 대해 투자일임업 등록 신청을 접수해 일괄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투자일임업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고객으로부터 일임받은 자산을 운용할 인력, 즉 '투자자산운용사' 라이선스 소지자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일단 현재로서는 시중은행들이 투자일임업 인가를 받기 위한 최소 인적 요건은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은행들이 오랜 기간 투자일임업 업무를 해온 증권사에 비해 운용 경험 및 노하우 측면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력 감축 등으로 영업점 일손이 예전보다 줄었기 때문에 추가 채용보다는 기존 직원의 역량 활용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며 "이미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직원들도 영업점당 2명 정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미 직원들에게 투자자산운용 관련 라이선스 취득을 권유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역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임형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외부 전문인력 충원 및 신규 채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ISA에서 자기 은행 예금 편입이 불발되면서 은행들이 '예금 교환비용'을 고심하고 있다.
타 은행의 예금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서는 해당 은행에 일종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커지면 ISA의 수익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객이 A은행에서 ISA에 가입할 경우 A은행의 예금은 ISA 계좌에 편입시킬 수 없다. A은행이 아닌 타 은행의 예금계좌로 신탁형 ISA를 구성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타 은행의 예금을 자사 ISA에 편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교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타행 예금을 서로 주고받는 상황이 된다"며 "시간을 두고 합리적인 수수료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미 투자일임업자로 등록돼 있는 증권사들은 당장 다음 달 14일부터 신탁형과 일임형 ISA 상품이 모두 출시 가능토록 했지만, 은행은 일단 신탁형부터 출시해 놓고 일임형 판매는 내달 말쯤 당국의 등록 승인까지 기다리도록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일임형 ISA는 일러도 3월 말이나 4월 초에나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 은행이 지점수를 많이 줄였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국 곳곳에 7000여개가 훨씬 넘어 고객 접점 면에서는 증권사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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