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축구하면 흔히 '삼바 군단' 브라질을 떠올린다. 엄청난 선수층을 자랑하는 까닭에 다른 나라 대표로 활약하는 브라질 선수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자 골프는 어떨까. 엄청난 기량으로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국을 자연스레 생각한다. '여자 골프계의 브라질'인 셈이다. 축구의 브라질처럼 여자 골프에서도 다른 나라를 대표하는 한국계 선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출범 122년 만에 최초로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2018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이 21일(한국시간) 기준 166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구촌 최대 축제인 리우 올림픽은 총 28개 종목 306개 세부 종목에서 세계 여러 선수가 메달을 놓고 대결한다. 특히 이번 대회는 1904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이후 112년 만에 올림픽에 돌아온 골프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각각 3개의 금메달을 따낸 양궁과 사격은 최고의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큰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이나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31개 대회 가운데 15승을 합작한 한국 여자 골프의 메달 사냥도 큰 기대를 낳게 한다. 세계 최고 기량을 가진 한국 낭자들의 기량이라면 금, 은, 동메달 석권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변수는 남았다. 바로 '같은 눈 다른 국적'인 한국계 선수의 존재다. 각각 뉴질랜드와 호주의 이름을 걸고 LPGA 무대에 뛰어든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캘러웨이)와 호주 교포 이민지(하나금융그룹)는 세계에서 통할 정상급 실력을 갖췄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도 나란히 뉴질랜드와 호주를 대표해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는 지난해 5승을 올리며 세계 최강의 입지를 쌓았다. 올 시즌에서도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 뉴질랜드 오픈에서 우승하며 변함없는 기량을 뽐내고 있다. 리디아 고가 나라별 2위까지 출전하는 이번 올림픽에 뉴질랜드 대표로 뛸 것이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다. 태극 낭자들의 가장 위협적인 장벽이다.
지난해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LPGA 데뷔 첫 승을 챙긴 이민지도 현재 세계랭킹 17위로 호주 국적 선수 가운데 가장 순위가 높아 출전이 유력하다. 호주 출신으로 명예의 전당 멤버인 캐리 웹보다 17계단이 높다. 지금 기량만 유지한다면 리우행 티켓을 손에 쥔다. 이민지는 웹과 함께 호주의 메달을 위해 분투할 것으로 보인다.
리우에서 메달이 유력한 한국 여자 골프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특히 한국계 선수들은 언제든지 위협이 될 수 있다. 한국 낭자와 한국계 선수들의 LPGA 투어 대결에 이어 최고의 명예인 올림픽 무대에서도 피할 수 없는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리디아 고가 한국의 리우 올림픽 금메달 사냥 저지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8일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 출전한 장면.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