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PGA 개막 3연승 실패…또 '핏줄'에 발목

한국계 일본인 노무라, LPGA 데뷔 첫 우승

입력 : 2016-02-22 오전 11:34:07
[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한국 여자 골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계 선수에게 우승을 내주며 2년 연속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 3연승에 실패했다.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세계랭킹 1위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아닌 '복병' 한국계 일본인 노무라 하루(한화골프단)에게 당했다.
 
노무라는 21일(한국시간) 호주 애들레이드의 그레인지 골프클럽 서코스(파72·6600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ISPS 한다 위민스 호주오픈(총상금 130만 달러·약 16억 원) 4라운드에서 버디 8개, 보기 1개를 치며 7언더파 65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대회를 마친 노무라는 2위 리디아 고를 3타 차로 제치고 2011년 미국 무대 데뷔 이래 4년 만에 감격스러운 첫 승을 올리며 우승 상금 19만 5000달러(약 2억 4000만 원)를 움켜쥐었다.
 
노무라의 우승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세계랭킹 67위인 노무라는 지난 2011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브리지스톤 레이디스오픈과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랐으나 미국 무대 우승 경험은 전혀 없었다. 그간 톱 10에 세 번 든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날은 폭발적인 퍼트 행진으로 자기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한국은 이미 지난 시즌 LPGA 2연승 이후 호주오픈에서 한국계인 리디아 고에게 우승을 내주며 개막 3연승에 실패했다. 올해도 한국계 노무라에게 우승 트로피를 헌납하며 2년 연속 3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핏줄에게 계속해서 무너진 경우로,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절묘하다.
 
노무라는 한국에서 골프를 시작하며 꿈을 키웠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그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났지만 초·중·고를 한국에서 마쳤을 정도로 한국과 친숙하다. 한국 주니어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문민경이란 한국 이름으로 활동했다. 일본 투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며 일본 국적을 선택했지만, 여전히 한국 기업에 스폰서를 받을 만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갑작스러운 '노무라 열풍'에 올 시즌 LPGA 투어 개막 3연승에 도전한 한국 낭자들은 힘없이 무너졌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며 3연승 기대를 낳게 한 신지은(한화골프단)은 이날 더블보기를 기록하는 부진 속에 2오버파 74타로 무너지며 공동 9위로 밀려났다. 곽민서(JDX멀티스포츠)가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로 그나마 한국의 자존심을 살렸다.
 
3연승엔 실패했으나 이번 우승은 한국 국적 선수뿐만 아니라 한국계 선수까지 한국 골프의 저변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증명하고 있다. 복병에 당한 한국 낭자들은 25일부터 열리는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명예회복에 나선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노무라 하루가 지난해 9월5일 충남 태안에서 열린 한화금융 클래식 2015 3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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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