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대기업들이 고강도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에 나서면서 한국의 경제상황이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로 회귀하고 있다는 위기론이 거세지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기업 4곳 가운데 1곳이 인력구조조정을 계획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사람인은 최근 기업 인사담당자 307명을 대상으로 기업 구조조정 계획을 묻는 말에 23.8%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구조조정 시기는 상반기 78.1%(복수응답), 하반기 46.6%로 나타났다. 인력감축 규모는 전체의 평균 9% 수준으로 집계됐다.
자료/사람인
지난 몇 년간 경기상황이 어려웠던 조선, 철강, 중공업, 건설뿐 아니라 금융, 서비스, 광고 등 전 업종을 불문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인력구조 개선의 선제적 대응을 통해 경영효율화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삼성물산은 지난해부터 건설부문에 대한 상시적인 희망퇴직을 접수 받고 있다. 지난해 연말 800명 안팎의 희망퇴직의 연장선상으로 조직 슬림화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지난해의 경우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중복된 건설부문 인력을 700~800명 가량 줄였다. 직급에 따라 1년치 연봉과 7000만원에서 1억원에 달하는 위로금이 지급됐다.
시장에선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대한 매각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인력구조조정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 역시 10년 만에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22일부터 과장급 이상 사무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았지만, 지원자가 적어 이달 2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4년 1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무려 19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를 면치 못했다. 현대로템은 10년 이상 근속자의 경우 1년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차등 지원한다.
전세계 조선시장을 호령했던 국내 조선사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3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019년까지 2000~3000명을 인력 구조조정할 계획이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총 1만3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매년 400~500명의 정년 퇴직자를 포함해 수시 희망퇴직을 통해 1만명 수준으로 조직을 슬림화하겠다는 방안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기존 해양플랜트 발주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국 조선사들이 전세계 선박 발주를 쓸어가면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역시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노사간 진통이 극에 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2월부터 지점 통폐합, 예약발권부서(CQ) 아웃소싱, 임원 임금삭감, 희망퇴직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현재 인력 구조조정 대상은 140여명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한달 넘도록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진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노사간의 구조조정에 대한 이견이 커 노사간 갈등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신입사원을 뽑지 못할 정도로 경기가 얼어 붙은 지 오래”라면서 “과거 위로금을 받고 중소 협력사나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IMF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자동차, 전자, 조선, 철강 등 우리나라 4대 제조업 분야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금융시장 역시 금리인하로 인해 부채가 급증하면서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다”면서 “수출과 내수시장이 활력을 잃으면서 앞으로 기업들의 사업·인력 구조조정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