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스페인)=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놀이동산이 따로 없네요. VR을 즐기다가 틈날 때 스마트폰을 구경하는 수준입니다."
2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3번 홀에는 연신 비명과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조연으로 평가 받던 VR(가상현실)이 MWC의 주인공인 스마트폰을 위협하고 있었다. 각 업체의 VR부스에는 대기하는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국, 중국의 전자업체를 비롯해 국내외 통신사들도 VR체험관을 마련하며 국경과 업종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삼성전자가 'Gear VR Theater with 4D'라는 이름으로 설치한 VR체험관은 30분 이상 줄을 서야 할 정도로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모두들 기어VR을 쓰고 의자에 앉아 마치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LG전자의 ‘LG 360 VR' 체험공간도 G5만큼 관람객이 몰렸다.
삼성전자가 'Gear VR Theater with 4D'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는 VR 체험관. 사진/김민성기자
SKT, KT 등 국내 통신사들도 5G기술을 바탕으로 VR 부스를 꾸렸다. SK텔레콤은 '다이브 투 플랫폼’(Dive to platform)이라는 주제에 맞춰 노란색 대형 잠수함을 설치하고, 그 안에 VR기기를 마련해 실제 바다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제공했다. KT는 가상의 설원에서 스키점프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MWC 현장을 VR로 제작해 전 세계와 공유하는 시도도 진행됐다.
해외업체들도 소규모로 VR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대만의 HTC는 게임 전용 VR기기 '바이브'(Vive)의 체험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미국의 이통사 AT&T도 5G기술을 활용한 VR 체험을 진행했다. 노키아는 360도 영상과 소리를 저장할 수 있는 VR 카메라 'OZO'를 공개했고, 포드는 자율주행차를 VR로 소개했다.
KT 전시관 '5G 존(5G Zone)'에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계해 선수 관점의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 등 스포츠와 ICT의 융합기술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체험형 부스가 마련됐다. 사진/김민성기자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업체별로 격차가 미미해졌지만 새로운 시장인 VR은 이번 MWC에서 국내 업체의 월등한 수준을 확인했다”며 “콘텐츠만 확보된다면 중국과 대만에 쉽게 시장을 내주진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VR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VR 하드웨어 판매량이 지난해 14만대에서 올해 140만대, 오는 2017년에는 63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