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 기자] 서울의 국민임대에 거주하고 있는 A씨. A씨는 국민임대 입주 자격이 없습니다. 지인을 통해 국민임대 전대가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고, 3년 전 원세입자를 대신해 거주 중입니다. 당연히 불법입니다.
3년 간 수차례에 걸쳐 실태조사가 나왔지만 A는 걸리지 않았습니다. 실태조사원이 찾아올 때마다 집에 없는 척하며 숨을 죽였습니다. 실태조사원은 세입자 확인을 위해 강제로 집에 진입할 수 없습니다. 몇번 그러고 나면 연락처를 문에 붙이고 갑니다. 거주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니 연락하라는 메모가 써있습니다.
A씨는 원세입자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원세입자는 실태조사원과 연락해 거주를 확인합니다. 조사를 받지 못하는 사유는 장기요양입니다.
그렇게 A씨는 3년간 방 2개짜리 아파트를 보증금없이 월세 50만원에 국민임대주택에서 살아왔습니다. 원세입자가 공공기관에 내는 월세는 12만원 정도입니다. 원세입자는 38만원의 차익을 벌었고, A씨는 원룸가격으로 방 2개짜리 새 아파트에 살 수 있습니다.
국민임대주택은 무주택 영세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저렴한 월세를 받고 공급됩니다. 공급기관인 LH나 지자체는 자격이 안되는 세입자를 걸러내야할 의무가 있고, 권한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법세입자를 모두 골라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종종 적발되는 사례가 있지만 실상과 비교하면 세발에 피 정도입니다.
서민의 주거안정이 지상과제로 자격과 권한을 가진 공공기관마저도 불법세입자 관리에 항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물며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은 어떨까?
건설사와 재무적투자자(FI) 등 민간이 주축이 돼 건설되는 뉴스테이는 입주에 별다른 자격이 없습니다. 19세 이상만 되면 누구나 청약 가능하고 입주할 수 있습니다. 세금격인 주택기금이 지원되기 때문에 도입 당시 주거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가 논란이 됐고, 불법전대가 지적됐죠. 제도를 만든 정부와 건설사는 꼼꼼한 입주자 관리를 통해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자신했죠.
모두가 아시겠지만 기업의 지상과제는 수익률입니다. 누가 월세를 내든 매달 입금만 되면 상관없는 것 아닐까요. 그런 기업이 과연 얼마나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할 수 있을까? 서민 주거안정을 목표인 공공기관도 못하는 일을 말이죠.
현재 뉴스테이는 불법전대를 막을 법률적 기반이 없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불법전대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도 정비를 한다고 한들 집을 만든 사람들이 의지가 없다면 불법전대를 막을 수 있을까. 어쩌면 대통령 사업인 만큼 불법전대 초기 예방 흉내내기 정도는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