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진통제로서의 항우울제

(의학전문기자단)최석민 자인메디병원 척추센터장

입력 : 2016-02-29 오후 2:19:11
우울증 환자의 상당수는 우울, 식욕저하, 불면증, 무기력증 등 감정상태와 직접 관련된 증상 외에 두통, 요통, 어깨통증 등 다양한 종류의 통증을 종종 호소한다. 물론 이중 일부 환자는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에 심한 통증을 유발할만한 심각한 질환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은 심한 통증을 일으킬만한 질환을 갖고 있지 않다.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우울증 환자의 상당수는 진통제 처방이 없더라도 항우울제 처방만으로도 통증이 완화되곤 한다. 이러한 치료경험을 통해 상당히 오래 전부터 통증치료를 위해 항우울제가 처방되어왔으며, 항우울제의 진통효과는 환자의 감정상태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추정되었다. 또한 만성 불인성 통증 (Chronic intractable pain)은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기존의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이런 환자에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항우울제는 환자의 감정상태에 변화를 주는 것과 무관하게 독립적인 효과로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우울증, 불안장애 등 감정변화가 동반되지 않은 통증환자라도 항우울제가 진통효과를 나타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오늘 필자는 통증치료 목적으로 흔히 처방되는 항우울제의 종류, 각각의 항우울제가 진통효과를 나타내는 기전, 그리고 부작용과 처방 시 주의할 점 등에 설명하고자 한다.
 
삼환계 항우울제 (Tricyclic antidepressant, TCA) 계열에는 아미트리프탈린(Amitriptyline), 이미프라민(Imipramine), 노르트라이프틸린(Nortriptyline) 등이 있는데 항우울제중 가장 널리 사용되며 가장 오래 전부터 진통 목적으로 사용된 항우울제다. 이들은 뇌간, 척수 등에서 세로토닌(serotonin),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의 효과를 증대시켜 진통효과를 나타낸다. 일부 약제는 오피오이드수용체(opioid receptor)와 관련되어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기타 작용기전으로는 NMDA receptor에 작용, 나트륨통로(Sodium channel)에 작용, 칼슘이온통로(Calcium channel)에 작용 등이 있다.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저해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 SSRI) 계열은 세로토닌 재흡수를 방해하여 결과적으로 세로토닌의 효과를 증가시켜 진통효과를 나타낸다. 파록세틴(Paroxetine), 에시탈로프람(Escitalopram), 플루옥세틴(Fluoxetine) 등이 대표적이다.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 SNRI)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방해하여 둘 모두의 효과를 증가시킴으로써 진통효과를 나타낸다. 듀록세틴(Duloxetine), 데스프라민(Desipramine) 등이 대표적이다.
 
삼환계 항우울제는 환자의 기분을 좋게 하고 수면을 유도하며 근긴장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어 우울증, 불면증이 동반된 환자의 치료에 특히 유용하다. 다른 항우울제도 마찬가지지만 열상 등 침해수용성 통증(Nociceptive pain) 보다는 신경경성 통증(Neuropathic pain)에 더 유용하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Diabetic neuropathy), 섬유근육통(Fibromyalgia)에 흔히 처방되며, 요통이나 관절통에도 효과가 있다.
 
SSRI계열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과 섬유근육통에 효과적이나 삼환계 항우울제에 비해 진통효과에 대한 학문적 근거는 부족하다. SNRI의 대표적인 약제인 듀록세틴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과 섬유근육통 치료에 효과적이며 확실한 학문적 근거도 갖고 있다. 삼환계 항우울제는 부교감신경성 부작용인 구갈, 진정, 배뇨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환자가 적절한 치료 용량에 적응하기 전 단계에는 졸음을 흔히 우발하므로 운전은 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좋다. 삼환계 항우울제와 SSRI계열 항우울제는 낙상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자신이 치료하는 통증환자에 우울증 등 감정상태 변화가 동반되었는가를 판단하기 어렵다. 또한 항우울제는 감정증상이 동반되지 않은 통증에도 효과가 있으므로 일반적인 진통제에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투여를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적정용량의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NSAIDs), 오피오이드 등을 투여해도 통증조절이 안 되는 환자의 경우 투여 약물의 증량은 효과보다는 오히려 부작용 발생 위험만 증가시키기 쉬우므로 항우울제 투여, 신경차단술, 수술 등 다른 방식의 접근법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 최석민 자인메디병원 척추센터장
 
- 중앙대학교 부속병원 전임의
- 중앙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신경손상)
- 광명성애병원 과장
- 명지성모병원 진료부장
- 명지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 신경외과 학회 서울-경인지회 운영위원
-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자문위원
- 대한 뇌졸중 학회 정회원
- 대한 치매학회 정회원
- 대한 뇌혈관외과 학회 정회원
- 세계 뇌졸중 학회(WSO) 정회원
- 미국 뇌졸중 학회 (ASA)정회원
- 유럽 뇌졸중 학회 (ESO)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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