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부여' 달인 히딩크, 첼시서 두 번째 마법

입력 : 2016-03-01 오후 2:44:20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4강 신화'로 국내 축구 팬들에게 친숙한 거스 히딩크(69·네덜란드) 감독이 특유의 리더십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첼시에서만 두 번째 마법을 부리고 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을 대신해 지난해 12월19일(한국시간) 첼시 지휘봉을 잡은 이후 리그 11경기 연속 무패(5승6무) 행진을 이끌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2008-2009 시즌 도중에도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이 물러난 직후 첼시를 3개월간 임시직으로 맡은 바 있다. 당시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첼시는 리그 13경기에서 11승을 기록하며 최종 순위 3위와 FA컵 우승이라는 성공적인 시즌 기록을 만들었다.
 
이번 '히딩크 매직'도 그에 못지않다. EPL 16위(승점15)까지 처져 2부리그 강등까지 거론됐던 첼시는 11위(승점36)까지 올라서면서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다. 히딩크 감독이 다시 한 번 위기에 몰린 첼시에 마법을 부린 셈이다.
 
히딩크 감독의 이러한 성공 배경에는 '동기부여'에 강한 리더십이 있다. 선수들의 기술적인 부분을 강조하기에 앞서 선수 스스로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맞춤 처방을 내린다. 최근 첼시 선수단의 경기력과 분위기는 2002 한일월드컵의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단과도 유사하다.
 
히딩크 감독은 첼시의 부활에 대해 "선수들은 팬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열정적이어야 한다. 다행히 최근 몇 경기에서 선수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고 흡족해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은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필요할 땐 강력한 리더십으로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 올린다"면서 "선수들이 히딩크 감독의 다음 시즌 잔류를 원한다. 우린 지금 행복하며 이런 팀 분위기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미켈은 히딩크 감독 체제에서 전술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다. 무리뉴 감독 체제에선 그다지 중용 받지 못하던 그를 히딩크 감독은 꾸준히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용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미켈과 같은 선상에서 뛰던 세스크 파브레가스(스페인)는 좀 더 앞으로 전진 배치됐다. 자신의 장점인 공격력에만 집중하라는 히딩크 감독의 메시지다. 히딩크 감독은 부임 직후 파브레가스를 질타하는 여론에 대해 "첼시의 부진은 선수단 전체의 문제다. 파브레가스 개인적 부진의 탓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며 "파브레가스는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지만 공격적인 재능도 갖추고 있다. 심지어 중앙 스트라이커 위치에서도 뛸 수 있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첼시가 정상궤도에 올라서자 선수단과 팬들은 히딩크 감독과의 연장 계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치 2009년 위기에 빠졌던 첼시를 되살려놨을 때의 분위기를 그대로 찍어낸 모습이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이번에도 그때처럼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히딩크 감독은 최근 여러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다음 시즌엔 팀을 맞지 않겠다. 어느 곳에서든 감독으로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최근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도 "신임 감독이 빨리 결정되길 바란다. 감독 선임은 구단이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더는 첼시에서 자신의 역할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전술적 장점보다는 선수단의 심리를 조율하는 데 능하기에 이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기의 팀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데 탁월한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이 이번에도 제 역할을 마친 뒤 박수 칠 때 떠날 참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해 12월19일(한국시간) 첼시 지휘봉을 잡은 이후 리그 11경기 연속 무패(5승6무) 행진을 이끌며 팀을 16위에서 11위까지 올린 거스 히딩크 감독. 사진/첼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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