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더는 희망 고문을 하지 않겠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의 추일승 감독이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6강 플레이오프에 앞서 내건 목표다. 추일승 감독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KBL(프로농구연맹) 센터에서 열린 6강 플레이오프 기자회견에서 "올 시즌만큼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오리온의 행보에 대한 아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나온 발언이다.
오리온은 올 시즌 초반 12승 1패의 돌풍을 일으키며 2002-2003시즌 이후 13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하지만 큰 맘 먹고 영입한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가 11월부터 부상으로 낙마하며 40일 넘게 그를 활용할 수 없었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데려온 제스퍼 존슨은 체중 관리에 애를 먹어 경기 감각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오리온은 무섭게 치고 올라온 전주 KCC와 울산 모비스의 기세에 눌려 끝내 정규리그 3위로 시즌을 마쳤다. 180cm의 단신 포인트 가드 조 잭슨의 활약이 그나마 얻은 소득이다.
특히 지난 16일 KCC와 맞대결이 가장 뼈아픈 패배였다. 당시 오리온은 경기 종료 7초를 앞두고 71-70으로 앞섰지만 전태풍에게 역전 3점슛을 허용해 71-73으로 역전패했다. 이날 패배로 오리온은 공동 선두인 모비스, KCC와 3게임차로 벌어지며 우승은커녕 2팀만 가져가는 플레이오프 4강 직행 티켓도 놓쳤다.
더욱 눈에 띄는 건 오리온의 이러한 뒷심부족이 지난 시즌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사실이다. 지난 시즌에도 오리온은 개막 이후 8연승의 돌풍을 일으키며 시즌 중반까지 1위로 치고 나가면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시즌 막판 결과는 5위였다. 아쉬움을 가득 안고 올라간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창원 LG를 상대로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탈락하며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그 전 성적을 따져봐도 오리온은 지난 3시즌 동안 꾸준히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6강을 뛰어넘는 성적을 내지 못하며 단기전에서마저 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높이가 강한 팀에 힘겨워하는 고질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오리온은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6강 플레이오프에 앞서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리온은 원주 동부와 5전 3승제의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는데, 베테랑 김주성을 비롯해 패기 넘치는 허웅과 두경민을 껄끄러운 상대로 분류하고 이들에 대한 대비책을 고심 중이다.
다행히 오리온은 이번 시즌 동부와 경기에서 3승2패로 근소하게 앞섰다. 그러나 동부는 단기전에서 유독 강한 팀이며 경험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추일승 감독은 주 득점원인 헤인즈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면서 주전 포인트 가드 조 잭슨과 김동욱을 포함한 슈터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추일승 감독은 "무조건 빨리 4강에 오르고 싶다. 3승1패를 예상한다"며 "김주성을 얼마나 봉쇄하느냐가 중요한 경기라고 본다. 김주성이 공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 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고양 오리온의 추일승 감독. 사진/K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