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원래 아픈 것'이라는 위로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은 바늘구멍이고,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한 신입사원까지 명예퇴직 압박에 시달린다. 20대 청년층이 겪는 아픔은 숫자로도 일부 확인된다.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30세 미만 가구주(평균 26.9세)의 평균 자산규모는 8998만원, 부채규모는 1506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또 연체된 빚의 이자를 면제해주는 개인워크아웃의 20대 신청자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6.3% 늘었다. 전 연령대의 채무조정 신청자 중 20대만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4년제 대학들의 올해 평균 등록금은 636만원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한 학기에 수백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지만 극심한 취업난 탓에 학자금을 제 때 갚지 못하는 청년들이 크게 늘고 있다. 20살이 되자마자 마주하는 어마어마한 대학등록금은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대학교육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2015년 신입생 기준 등록금을 포함한 대학교육비가 연간 1500만원에서 2300만원 정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입학에서 졸업까지 들어가는 총비용은 8150만원이나 됐다. 한마디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대다수의 청년들은 대출을 받거나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청년 부채는 일자리를 가진 기득권과는 달리 청년 실업이 심각한 현 시점에서 채무 상환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한영선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한 대표는 2014년 신용회복위원회 연령별 개인워크아웃 신청 증감률에서 20대만 유일하게 9.4% 늘어났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기존 대책으로 나와 있는 학자금 대출사업이 낮은 비율이지만 금리가 존재하고 부모의 재산, 학점, 학교의 등급에 따라 신청대상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학자금 대출이 균등한 교육 기회를 조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대학생 청년 햇살론을 지적하며 지원 금액이 너무 적고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방식은 제한적 지원이라고 말하며 상업성 대출인 고금리 심용대출을 이용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장기 취업난으로 인한 학자금, 생활비 등 생활 부채가 대부분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취업난으로 별다른 소득이 없다보니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후 고금리의 제2금융권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있다“ 며 현상의 원인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이 더뎌지면서 이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같은 청년들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는 올 초부터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은행 대출로 전환하거나, 생활비 지원 대출 상품을 내놓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장기화 되고 있는 취업난 속에 갈수록 급증하는 청년들의 자금 수요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약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당장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시급한 사안으로, 한 세대의 문제가 아닌 전 세대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취업은 되지 않고 힘들게 들어간 일자리마저 인턴이나 계약직인 경우가 많아 부채 상환이 어려워 청년부채 문제를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다.
국세청이 현재 운영중인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인 '든든학자금' 대출 미상환자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 지난 2010년부터 이 든든학자금 제도가 시행됐는데 시행 1년이 지난 2011년 359명에 불과했던 미상환자 수가 2012년에는 1400여명, 2013년에는 4600여명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만여명을 넘었다.
체납액 역시 급증해 2011년 3억5900만원에서 2012년에는 14억원, 2013년에는 46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84억26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올해 학자금 대출 체납액이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국세청은 내다보고 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제는 인턴, 직업훈련, 고용보조금 중심의 단기적인 청년고용정책을 넘어서 종합적인 청년정책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는 청년의 노동시장 통합을 위한 고용안전망 강화에, 지방정부는 사회 밖 청년들이 사회에서 소외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통합적 정책을 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고단한 미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청년들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