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6일 총선 공천 면접대상자 신분으로 결국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앞에 앉았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어 온 김 대표가 그동안 신경전을 벌여온 이 위원장과 '후보와 면접관' 관계로 만난 것은 수모가 아닐 수 없다.
이날 오전 11시17분경 웃으며 면접장에 들어간 김 대표는 결국 30분 후 굳은 얼굴로 면접장을 나왔다. 면접 시작 40분전 면접 대기 장소를 한 바퀴 돌며 대기 중인 다른 지역 후보들과 인사를 나눴고 면접 직후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했지만 자신에게 쏟아진 질문에 대해서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이날 면접을 함께 본 다른 후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 대표는 공관위원들에게 3개의 질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첫번째 질문은 당의 공천 전략에 대한 질문이고, 두번째는 '지난 4일 공관위의 1차 경선지역 및 단수·우선추천지역 발표가 김 대표가 주장하는 상향식 공천에 위배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특히 두 번째 질문에 “지난 금요일의 단수추천자 발표는 후보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당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단수추천 공천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라고 소신껏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경쟁력이 있는 데도 단수추천 때문에 경선도 못해보고 탈락하는 2·3위 후보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들이 탈당해 출마한다면 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공천을 둘러싸고 비박계와 친박계 갈등이 2차전으로 접어들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으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의 논란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직접 질문한 것으로 알려진 세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모든 후보들이 함구했다. '사생활을 묻는 질문이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도 모든 예비후보들은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같은 반응으로 볼 때 세번째 질문은 김 대표 개인 신상에 관한 질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마약 사위’ 논란으로 한때 홍역을 앓은 바 있다. 처남이 서울 서초갑에 출마해 예비후보로 뛰는 이슈도 있다.
김 대표 한 측근은 김 대표가 면접 후 대기장소로 와 면접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인터뷰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면접 후 기다리고 있던 다른 후보들과 악수한 후 즉시 대표실로 들어갔다. 이어 같은 지역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을 불러 이야기를 나눈 후 당사를 빠져 나갔다.
이날 면접장의 모습은 2014년 7월 당 대표 선출과 함께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및 친박계와의 힘겨루기에서 번번히 밀렸던 김무성 대표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밀리고 밀리다가 당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총선 공천 여부를 따지는 면접에 공개적으로 나가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김 대표는 2014년 10월 ‘상하이 개헌’ 발언을 시작으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싸움으로 해석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해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은 물론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까지 친박계와의 갈등에서 어느 것 하나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킨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한구 위원장과도 전략공천 지역을 놓고 직접 갈등했지만 1차 경선지역 및 단수·우선추천지역 발표가 나오면서 결과적으로 패한 꼴이 됐다. 친박계로부터 '비박의 자작극'이라는 의혹까지 받은 ‘공천 살생부’ 파동에서도 김 대표는 또 사과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를 언제 꺼낼 것이냐에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러나 문제는 김 대표가 꺼낼 수 있는 ‘반전 카드’가 있느냐다.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었다고 말한 ‘상향식 공천’이 사실상 유야무야되면서 김 대표의 대권주자 이미지도 희석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면접에서 자신에게 비례대표를 권유한 후보에게 웃음을 보이면서 공관위원들에게 “이번이 내 인생 마지막 출마”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부산 중구·영도구에 출마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심사 면접을 보고 있다. 왼쪽부터 권혁란 예비후보, 김무성 대표, 김용원, 최홍, 최홍배 예비후보.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