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1년)월가 얼마나 변했나

입력 : 2009-09-14 오후 3:00:20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리먼 브러더스 붕괴 후 1년이 흘렀지만 미국 금융산업의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위기를 겪으면서도 대형 은행들은 구조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리먼 붕괴 후 금융부문 고용 감소폭은 고작 8%에 그쳤다. 금융 부문이 위기의 진앙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유출은 타 산업에 비해 그리 크지 않았던 셈이다. 폐업한 헤지펀드사도 손에 꼽을 정도다. 
 
금융사 직원들의 급여는 슬금슬금 위기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골드만삭스 직원 3만명은 올해 평균 70만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주 JP모건 증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은행들의 임원 급료는 그간 거의 삭감되지 않았다. 은행의 중역들은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주 역시 지난 겨울을 저점으로 빠르게 급등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 가을 혼돈을 야기한 주범이었던 파생상품 거래에 다시 몰두하고 있다. 은행의 연봉 제한 등 급진적 변화를 주장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거센 저항에 부딪혀 있다.
 
파생상품 판매 규제를 주장하기도 이제는 쉽지않다.  
 
반세기래 최악의 금융위기는 대형 보험사 AIG의 국유화, 메릴린치 매각, 리먼 브러더스 몰락 등 엄청난 결과들을 낳았다. 하지만 금융 산업의 지각변동에도 불구하고 옛 관행이 계속되고 있어 납세자들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1년. 주택과 제조업 등 경제지표들은 경제가 최악을 벗어났다는 신호를 보내고, 주식시장도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환호하기는 영 찜찜하다. 연이는 은행 파산 소식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고, 민간부문 지출이 정부 지출로 대체되고 있는 점도 소비 회복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구조적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수년래 동일한 위기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사이먼 존슨은 "또 다른 몰락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며 "주요 은행들이 기존의 투자방식을 고수한다면 머지않아 다시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대변되는 금융위기가 월가에 아무런 깨달음도 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데이비드 비니어는 "리먼의 파산 이후 은행들은 리스크와 레버리지를 줄이고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완충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관리로 월가의 고질적 병폐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최근들어 은행 문제가 리먼 붕괴전보다 더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마저 나오는 등 금융위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리먼 브러더스 붕괴 1년을 기점으로 월가의 탐욕을 다스리는 방법이 보다 구체적으로 강구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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