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새로운 시장에 적응하기

입력 : 2016-03-09 오전 6:00:00
지난 수 년간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보여준 장점은 ‘순환(Cycle)’이었다. 짧은 주기의 경기 회복과 둔화가 반복되며 과거 고성장기와 같이 투자자들이 환호할 만한 상승장은 아니었지만, 본격 약세장까지로 악화되지는 않았다. 주식시장의 등락과정이 전개될 때, 위기상황을 맞이할 때마다 기회를 포착한 한국시장에서의 현명한 투자자들은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는 사실 과거 한국 주식시장의 일반적인 패턴이다. 즉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대되고 주가가 하락할 때, ‘역발상 투자’는 수익을 발생시켰다. 글로벌 경제가 성장하는 가운데, 글로벌 제조강국인 한국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각 분야의 세계 1위 기업들을 가지고 있다. 과거 세계 경제의 성장기, 한국 기업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으며 주식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 역시 빠른 회복세를 보여줬다.
 
그러나 금년,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이 심상치 않다. 표면적으로는 유가하락과 중국 리스크가 가장 큰 불안요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저성장 저물가라고 하는 뉴노멀(New Normal) 과정에서 글로벌 경제성장이 끝난 것이 아닌가?’ 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과거 글로벌 경기부양 등 정책공조 효력 역시 약화된 것이 아닌가?’ 에 대한 우려 역시 존재한다. 최근 유럽과 일본의 예를 보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통해 인플레 및 경기회복을 바랐지만, 오히려 주가하락과 엔화급등 등이 나타나면서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주가가 하락할 때, 위기를 기회로 삼는 용기를 갖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연초 이후 한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주가하락, 중국의 위안화 절하우려,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등 위험요인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사상 최저의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어 신용경색 우려가 제한적이고, 기업들의 과잉부채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의 신중한 모니터링과 사전적인 구조조정으로 아직까지 거시적인 충격요인인 기업의 파산도 확인된 바 없다. 2015년에도 가계소득 증가가 이어졌고 고용환경에 변화를 줄 정도의 충격변수 역시 아직은 없다. 즉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투자심리 변화로 인한 금융지표의 변동성과 그 해석이 비관적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경제악화가 지속되고 금융시장 여건이 바뀔 경우 어려움을 겪는 산업과 기업은 등장할 것이다. 다만 실체를 확인하기 전까지 예정된 미래라고 확언하지는 말자.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고민하는 투자자에게 조언하고 싶다. 첫째, 약세장을 이겨낼 수 있는 투자 방식을 체득해야 한다. 약세국면에 진입했다고 해서 1년 내내 하락하지는 않는다.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반작용은 항상 발생한다. 수익에 대한 욕심보다는 리스크를 축소하고 위험자산의 보유기간을 짧게 하며 변동위험을 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생각한 것을 실천하는 마음가짐이다. 욕심은 모든 근심의 화근이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갖고 싶은 것이 일반적이다. 시장이 빠르게 변하다 보면 원하는 수익률에 도달했을 때, 늘 새로운 기대와 목표를 갖게 된다. 원칙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위기에 과감해지는 것이다. 우리 시대 투자의 전설로 인정받는 투자가들은 모두가 불안에 떨 때, 공포감이 시장에 팽배할 때 용기와 믿음을 보였다. 물론 투자대상의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가격의 하락은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대체로 위기를 기회로 보는 투자방식은 성공적이었음을 기억하자.
 
물론 지나친 긍정론은 비관론 못지 않게 위험하다. 작금의 글로벌 경제상황이 과거의 성장론에서 정체론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은 중요한 변화이다. 발생 가능한 여러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과거에 그랬듯이 경제는 회복 및 성장경로에 복귀할 것이며, 주가는 상승할 것이라는 장미 빛 전망을 고집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다. 객관적으로 다가서자. 경제환경은 변화되었고, 시장대응은 유연해야 하지만 투자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경제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위험관리, 투자대상에 대한 냉정하고 치밀한 분석을 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현재의 위기상황은 과거에 그랬듯이 최적의 투자기회가 될 것이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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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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