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지상파 방송을 대표하던 스타 드라마 PD가 연출 생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이윤정 PD는 지난 1일 종영한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을 연출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치즈인더트랩'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드라마다. '치즈인더트랩'은 방송 초반 시청률 고공 행진을 펼쳤다. 이를 통해 이 PD는 스타 PD로서의 연출력을 입증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극 중반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을 연출한 이윤정 PD. 사진/뉴시스
남자주인공 유정(박해진)의 출연 분량이 줄면서 시청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유정의 분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런 가운데 원작자인 순끼 작가는 "드라마가 제작되는 동안 연락을 받지 못해 어떤 내용으로 제작되는지 알지도 못했다"며 제작진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드라마는 허무하게 끝을 맺었다. '치즈인더트랩'을 향해 뜨거운 성원을 보냈던 시청자들이 헛웃음을 지을 만한 결말이었다. 홍설(김고은)과의 로맨스로 극 초반을 이끌었던 남자주인공 유정의 역할은 한정적이었고, 극 중 인물들의 감정 변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없었다.
비난의 화살은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이윤정 PD에게 향하고 있다. 이 PD는 '치즈인더트랩'을 통해 실망스러운 연출력을 보여준데다가 주연 배우 박해진과의 불화설에 휘말리면서 사면초가 신세가 됐다. 불화설에 대해 이 PD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박해진 측은 "갈등은 없었지만,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분량이 줄어든 것이 황당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박해진은 드라마가 어떻게 끝을 맺는지에 대해서도 제작진으로부터 전달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PD는 지난 1997년 MBC에 입사해 '커피프린스 1호점', '트리플', '골든타임' 등을 연출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MBC에서 퇴사해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 PD뿐만 아니라 여러 스타 PD들이 지상파 방송을 떠났다. KBS에서 tvN으로 적을 옮긴 신원호, 김원석 PD, MBC에서 떠나 프리랜서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권석장 PD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에서는 아무래도 시청률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선호한다"며 "연출자가 다양한 시도를 하기 힘든 환경이다. 이 때문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연출 환경을 찾아 연출자들이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상파 방송에서 케이블 방송으로 둥지를 옮긴 신원호 PD와 김원석 PD는 '응답하라' 시리즈와 '미생'을 연출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스타 PD의 이름값에 걸맞은 연출력과 시청률 성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 PD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과 그곳에서 나와 일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며 "지상파 방송을 떠난 이후 경쟁에서 밀린다면 자신의 연출력을 보여줄 기회조차 얻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PD는 지난해 3월 종영한 tvN 드라마 '하트투하트'를 연출했다. 프리랜서 선언 이후 첫 연출작이었다. 하지만 저조한 시청률 성적을 거뒀다. 이 PD는 '치즈인더트랩'을 통해 재기를 노렸다. 그러나 이 PD가 또 다시 실패를 거두면서 연출 생명에 치명상을 입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커피프린스 1호점' 이후 별다른 히트작이 없는 이 PD가 이번의 실패를 만회할 만한 기회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PD에게는 '탈지상파'가 독이 된 셈이 됐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