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하늘 "절제된 연기로 울림 주고 싶었다"

입력 : 2016-01-19 오전 10:51:29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김하늘의 표정은 다채롭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환한 미소로 청순함을 드러내는가 하면('동감'), 천방지축 왈가닥처럼 보이기도 하며('동갑내기 과외하기'), 매사 예민하게 반응하며 틱틱댈 때도 있다('신사의 품격'). 때로는 차갑고 매서운 표정을 지었다가('령'), 공포에 질리기도 했다('블라인드'). 다양한 표정에도 불구하고 김하늘은 늘 '멜로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사랑할 때 가장 매력적인 김하늘이 다시 사랑을 나눈다. 새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를 통해서다. 이번 영화에서 김하늘이 맡은 진영은 외면보다 내면이 더 아름다운 여자다. 최근 10년간 기억을 모조리 상실한 석원 옆에서 함께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석원이 모든 기억을 되찾고 또 한 번 아픔을 겪을 때 진영은 사랑으로 그를 감싼다. 석원을 연기한 정우성이 전체 분량 중 90% 가까이 차지하며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데도 영화가 끝나고 나면 진영의 진실된 사랑이 더 마음에 남는다.
 
배우 김하늘. 사진/CJ엔터테인먼트
 
진영을 통해 진실된 사랑을 표현한 김하늘을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브라운관이나 스크린 속에서는 늘 다양한 표정을 지은 김하늘의 실제모습은 솔직하고 털털했다. 김하늘은 "누구보다도 매력적인 진영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 영화는 배우 정우성이 주연과 함께 제작자로 나섰다. 여주인공 입장에서 남자 주인공이 제작자로 나선다는 건 또 다른 부담감으로 작용할 법하다. 하지만 김하늘의 계산 속엔 제작자 정우성은 없었다. 오롯이 시나리오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였다.
 
"시나리오를 보고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어요. 색다르고 분위기도 좋고, 캐릭터도 실감나는데, 디테일하지 않았어요. 모든 상황이 정확하게 묘사되지 않았어요. 포스터처럼 갈색 빛의 몽환적인 느낌이랄까요. 안개가 자욱한 느낌이요."
 
이 영화는 멜로를 표방하지만 구성은 미스터리 형식이다. 기억을 되찾아가는 석원의 눈을 통해 진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김하늘이 연기한 진영은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 미스터리를 유지하기 위해 김하늘은 더 속 시원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없었다. 철저히 현실감을 유지하며 극이 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았다.
 
"진영은 현실적이면서도 매력 있게 표현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에 퍼즐이 완성됐을 때 더 깊은 공감과 울림을 주려고 감정을 절제했죠."
 
배우 김하늘. 사진/CJ엔터테인먼트
 
감정을 절제한 김하늘의 연기 덕에 정우성이 돋보이고 작품이 완성도를 갖춘다. 정우성의 눈을 바라보며 사랑스러운 웃음을 짓는 김하늘의 모습에는 여성의 매력도 한껏 묻어있다. 그가 나오는 모든 장면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자연스러움에는 제작진과의 치열한 고민이 있었다.
 
"전 감독님이 저를 배우로서 배려하길 원하지 않아요. 많은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고, 캐릭터를 같이 만들어갔으면 해요. 이번에는 특히 이윤정 감독님과 제작자 정우성 오빠와 소통을 많이 했어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서로 성향이 다르니까 더 치열하게 얘기했죠. 굉장히 치열했는데, 그 치열함이 불편함이 아니라 더 좋은 아이디어를 꺼내가는 과정이었어요. 그 치열함이 이 작품에 더 애정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
 
스크린 속에서 치열하게 사랑한 김하늘은 현실에서 결혼을 통해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오는 3월 그의 결혼식이 예정돼있다. 결혼이 김하늘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냐고 물었다. "결혼을 하고 나면 제 감정이 더 폭넓어지지 않을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무엇보다 배우로서의 앞날을 먼저 기대하는 얼굴을 보니 그가 왜 ‘멜로퀸’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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