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19대 국회에 대한 근본적 접근은 그들의 인식과 정치행위에 대한 냉철한 자기진단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를 위해 <뉴스토마토>는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미국 피츠버그대 국제행정대학원 및 정치학과와 함께 1월과 2월 두 달 간 19대 국회의원 293명을 대상으로 국회에서의 의정활동 및 사회 주요 의제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묻는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또 주어진 결과를 바탕으로 가이 피터스(B. Guy Peters) 피츠버그대 정치학과 교수와 임채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임성호 국회입법조사처장이 참여하는 대담을 마련했다. 이를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집중 소개한다.(편집자)
19대 국회의원들은 각자의 정치적 소신보다 당론에 따라 법안을 표결했다. 민심보다 공천을 두려워했다. 당 지도부와 대통령이 공약과 어긋난 법안을 발의할 때 10명 중 8명은 '당론과 청와대의 뜻'을 따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야별 입장차는 분명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사실상 전 의원이 당론(96.15%)과 청와대(96.15%)의 뜻을 따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해당 비율이 65.95%, 59.58%에 불과, 비교적 소신에 따라 법안 표결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야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념적 성향을 주요 정치 행위자 가운데 대표적인 보수로 규정했다. 여당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 범주 내에서 다소 강한 색채의 보수로 평가했다면, 야당은 극단적 보수로 진단했다. 유권자의 성향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중도로 규정, 승부처에 대한 정책적 접근을 예상케 했다.
법안 통과를 위해 당 내외와 얼마나 소통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당이 야당보다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 대한 뒷받침과 함께, 국회선진화법이 여당의 소통 등 법안 통과 노력을 촉구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여당의 의원발의 법안 가결률은 8.24%, 야당은 5.98%로, 결과치가 달랐다. 복지정책 축소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반대했지만 여당이 예산 등을 이유로 복지정책 축소가 가능하다고 진단한 반면 야당은 강하게 반대했다. 19대 국회를 어지럽힌 전선은 '복지'였다.
법안 통과 때 정치 행위자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여당이 '여당 대표 및 당 3역'→'대통령'→'제1야당 대표 및 당 3역'→'상임위원장' 순서로 답한 반면, 야당은 '대통령'→'여당 대표 및 당 3역'→'제1야당 대표 및 당 3역''→'상임위원장'과 '행정부 고위관료'라고 말해 대조를 이뤘다.
당 대표의 역할에 대해 여당은 대통령과의 협력에, 야당은 여당 대표와의 협력에 비중을 뒀다. 청와대에 보조를 맞춰 입법활동을 해야 하는 여당의 입장과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을 상대로 협상에 주력해야 하는 야당의 처지가 반영됐다.
지지기반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시민단체를 강력한 우호집단으로 분류한 가운데 여당은 언론과 대기업을, 야당은 노조와 중소기업을 핵심 기반으로 인식했다. 그럼에도 여야 모두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신뢰는 낮았다. 언론의 정치적 공정성에 대해서도 낮은 점수를 줬다. 여당은 조선·중앙·동아 등 주요 일간지를 1순위로 신뢰했고, 야당은 공중파 라디오를 가장 신뢰했다.
국회의원의 자질 가운데 경쟁력과 도덕성 중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여당은 전문성에 기반한 경쟁력을, 야당은 도덕성을 보다 더 중시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임채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을 팀장으로 <뉴스토마토>와 서울대, 미국 피츠버그대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19대 전체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새누리당 157명 중 117명, 더불어민주당 107명 중 41명, 국민의당 19명 6명, 정의당 5명 중 1명에 취재에 응했다. 전체 응답률은 56.3%다.
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