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이 오는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 출시를 앞두고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당초 ISA 판매를 위한 직원 교육과 상품 기획, 당국의 허가 등 물리적인 시간을 감안하면 이달 말에나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초반 고객 잡기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신탁형부터 출시하기로 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신탁형 ISA 상품 출시일을 오는 14일로 잡고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이미 영업점에서는 출시일에 맞춰 사전가입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ISA는 가입자가 직접 투자상품을 지정하는 ‘신탁형’과 금융회사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바꿀 수 있는 '일임형'으로 구분된다.
은행들은 이 두 상품 가운데 우선 신탁형부터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일임형 출시는 금융당국이 ISA 시행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은행권에 허용하면서 늦어지게 됐다. 은행들이 이달 중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 등록을 완료하고 모델 포트폴리오 보고 등의 절차를 거치면 일러도 내달 초에나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ISA 계좌는 한 사람당 하나의 계좌만 가입할 수 있는 만큼 초반에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이 절대적으로 즁요하다.
B은행 관계자는 "신용평가에 무리가 없는 상품이다보니 일단 10원이라도 입금해놓으면 된다고 고객 유치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며 "초반에는 허수 ISA계좌가 속출할 것으로 보이지만 고객을 다른 곳으로 뺏기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일임형의 경우 은행들이 라이선스 준비와 일임형 ISA에 담을 모델 포트폴리오 개발을 한달 안에 끝내야 해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다. C은행 관계자는 "일임형을 취급할 수 있는 인력이 많지 않아 현재 급하게 관련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불완전 판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ISA 판매에 대한 경험 없이 고객 유치에 혈안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해 그만큼 준비가 꼼꼼해지고 출시일이 지체되고 있다는 이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ISA 불완전 판매 여부에 대해 들여다보겠다고 경고한 상태"라며 "최근 불완전 판매 논란을 받은 ELS사태가 재연되지 않으려면 상품 기획과 직원 교육 내용을 다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오는 9일부터 ISA 불가입 운동과 파파라치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금소원은 "지금의 ISA는 대부분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적합하지 않은 통장임에도 무차별적 예약 판매와 수수료도 언급하지 않는 불완전판매가 횡행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과거처럼 금융사의 권유대로 가입한다면 또 한 번의 투자 실패를 경험할 수 있으므로 섣불리 가입하지 말고 제도가 정착된 후 적합한 상품을 선택해도 늦지 않다"고 당부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오는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앞두고 서울 시중의 한 은행에 ISA관련 안내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