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 기자] 전세난이 지속되고 있지만 가격 상승 기대감 하락으로 매매전환 수요가 줄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우려하던 월셋값 상승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전세가격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는 준전세를 중심으로 임대료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팍팍한 서민의 주거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다.
서울에서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송파구 잠실동 일대. 연초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30만원 수준이던 레이크팰리스 전용 59.97㎡는 최근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14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지난해 전세 수요자가 많이 몰렸던 강서구 가양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1월 보증금 3000만원에 월 110만원 수준이던 한강타운 전용 84.99㎡는 같은 보증금에 월세가 125만원으로 뛰었다.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 준월세나 준전세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아직 전체로 확산되지는 않고 있지만 전세물건 부족으로 전셋값 상승폭이 컸던 지역들을 중심으로 순수 월셋값도 꿈틀대는 모습이다.
가양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서 물건 찾기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셋집 찾기가 힘들자 일부는 월세로 갈아타고 있다. 순수 월세는 매달 내야하는 돈에 대한 부담이 커 아직까지는 대부분 금액을 보증금으로 돌리고 일부를 월세로 내는 물건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전세난에도 매매전환 수요가 줄면서 월세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월세가격 마저 오르면서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급격히 오른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한 재계약자들의 경우 인근 지역에서도 마땅한 전셋집을 찾지 못해 보증금 상승분을 월세로 내고 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지난 달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67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345건)과 비교해 27.1% 늘었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량은 8538건에서 5000건으로 오히려 41.3% 감소했다.
월세거래 중에서도 특히 보증금이 240개월치 월세를 초과하는 준전세 방식의 거래가 급증했다. 지난해 2월 2366건 수준이던 준전세 거래량은 지난 달 3585건으로 51.5%나 늘었다. 같은 기간 보증금 규모가 적은 순수 월세 거래량이 감소한 것(176건→158건)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준전세는 기존 전세보증금에 추가로 월세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전세 재계약에서 최근 많이 진행하는 계약방식이다. 재계약을 한 세입자라면 2년 전 전세보증금에 추가로 일정 부분 월세 부담이 더 가중된 것이다.
전세로 머물러 있던 임차인들이 갑작스런 월지출을 늘리기보다는 기존 전세금을 활용해 최대한 고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순수 월세보다는 준전세를 선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매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순수월세마저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정찬 가온AMC 대표는 "실거주 목적이라도 가격 상승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수요자들은 매수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며 "매매 침체가 지속될 경우 준전세 물건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보증금이 적고 월세 비중이 높은 순수월세도 가격이 오를 수 있다. 결국 고정적인 주거비 부담 가중으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