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업은행, 핀테크 업체 뺏고 뺏기기 '쟁탈전'

기술력 높은 핀테크 업체 소수…은행 간 업체 모시기 경쟁 격화

입력 : 2016-03-13 오후 12:00:00
우리은행(000030)기업은행(024110)이 핀테크(Fintech) 업체를 두고 서로 뺏고 뺏기는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 핀테크를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하면서 경쟁력 있는 업체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더욱이 정부의 핵심 정책 사항이어서 자존심 대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14일 파운트와 협업한 로보어드바이저 베타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한창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 개인정합자산관리 계좌(ISA)에 들어가는 투자상품에 모두 반영될 예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을 뜻하는 로보(Robo)와 자문 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다. 투자자가 입력한 투자성향 등의 정보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동으로 시장상황에 따라 리스크를 조정해가며 자산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하지만 이 업체는 앞서 1월부터 기업은행과 헙업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지난 1월 로보 벤처기업 초청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 업체와 사업추진을 위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기업은행은 이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었다.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졸지에 우리은행에게 해당 업체를 뺏긴 꼴이 됐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은 "앞서 해당기업과 논의한 것은 맞지만 현재는 아니다"면서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은 내부에서 검토를 하고 있으나 계획이 나오진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은행이 우리은행과 핀테크 사업을 준비하던 기업을 뺏어간 경우도 있었다. 우리은행과 협약까지 맺은 핀테크업체가 기업은행 핀테크 지원센터에 입주해 후원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12일 '희남' 등 5개 핀테크 업체와 '핀테크 사업 협력을 위한 공동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리은행은 이들 업체와 핀테크 기술 및 사업모델의 도입과 상용화를 위해 공동 협력하고 지원하기로 했다.
 
희남의 경우 자체 보유한 무방문, 무서류, 무담보 모바일대출의 핵심기술인 모바일 데이터 추출기술을 위비뱅크에 접목시키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이 업체는 다음날 열린 기업은행의 IBK금융그룹 핀테크 드림 랩(Dream Lab)에 입주했다.
 
핀테크 드림 랩에 입주하면 기업은행으로부터 테스트베드, 컨설팅, 투·융자 지원 등을 받는다. 핀테크기업은 자체 기술을 기업은행과 협의하게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협약 체결 전부터 많은 논의를 통해 희남의 기술을 우리은행 모바일 뱅킹에 해당 업체의 기술을 접목키로 했다"면서 "기업은행이 운영하는 사무실에 들어가면 결국 해당 기술을 기업은행도 보유하게 돼 우리은행의 장점이 퇴색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은행들이 핀테크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관련 기술을 도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국내은행의 핀테크 지원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신한은행,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국내 5개 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핀테크 기업에 지원한 금액은 1조4557억원에 달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상 기술력을 갖춘 핀테크업체가 한정돼 있다보니 은행 간에 이들 업체와 협약을 맺기 위해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협약 내용에 타은행과의 협업을 제외하는 조항을 넣을 수 없어 핀테크업체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은행으로 갈아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핀테크는 투자 대비 초기 수익이 낮고 투자실패의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경쟁이 격화된다면 오히려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핀테크업체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왼쪽부터)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본사.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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