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김 VS 박동훈…내수시장 '영업통' 진검승부

한국지엠·르노삼성 첫 한국계 CEO…업계 3위두고 맞대결

입력 : 2016-03-14 오후 4:31:28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의 한국계 CEO가 국내 완성차업계 3위 자리를 놓고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과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각사 첫 한국계 CEO라는 점에서 대결구도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2일 르노삼성은 박동훈 영업본부장(부사장)이 다음달 1일부터 사장으로 승진, 대표이사직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한국지엠 대표이사로 취임한 제임스 김 사장과 3개월차다
 
업계는 두 사람의 CEO 취임에 깜짝인사 보다는 '될 사람이 됐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예상보다 다소 빨랐다는 시선도 존재하지만 각 사 합류 당시 차기 수장을 염두하고 영입된 만큼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제임스김, 다양한 분야 경험 갖춘 만능 재주꾼
 
제임스 김 사장은 지난 1962년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이다2001년부터 4년여간 컨설팅사 대표를 비롯해 코코란닷컴, 비비안 인터내셔널, AT&T 등에서 CEO와 마케팅 총괄을 역임한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영업력을 인정받아왔다.
 
지난해 6월 한국지엠으로 옮기기 전까지 6년여간 근무한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는 MS본사가 해외법인 가운데 실적 우수법인에게 수여하는 최우수상을 3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자동차 업계와 활발한 협업을 진행 중인 정보통신(IT) 분야 조예가 깊은만큼 관련 시너지도 기대된다.
 
김 사장은 지난해 한국지엠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로 부임한 직후 틈이 나는대로 직접 대리점을 찾아 각 대표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해왔다.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판매를 최우선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그는 권한 위임을 통해 여러 의견을 반영하려는 다른 분야와 달리 판매만큼은 직접 챙기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회사는 차를 잘 팔아야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신념이 확고하다. 올해 1CEO 부임 이후 현장은 물론 협력업체와의 만남에서도 "한국지엠 차량을 사달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영업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또 공격적인 프로모션도 단행했다. 지난해 7월 국내 출시 이후 경차 부문에서 첫달 '반짝 1'에 그친 뒤 기아차(000270) 모닝에 왕좌를 내준 스파크 판매 신장을 위해 현금할인을 확대하며 지난달 반년만에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지엠 본사가 있는 인천시를 비롯한 유관 협력관 등과 공동발전 협력강화 등을 맺고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한창이다. 안방사수로 지난 2007년 이후 한번도 넘기지 못한 점유율 10%대를 달성, 업계 3위를 수성한다는 전략이다.
 
◇박동훈, 국산·수입차 모두 거친 흥행 전문가
 
1952년생인 박동훈 부사장은 자동차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지난 1989년 한진건설 볼보 사업부장으로 자동차와 인연을 맺은 그는 2001년 아우디폭스바겐의 딜러사 고진모터임포트의 부사장직을 수행하면서 매년 평균 2배 이상의 판매 신장을 일궈냈다. 이는 폭스바겐이 2005년 한국법인을 설립하면서 초대 사장으로 그를 낙점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당시 국내 시장에서 비인기 차종이던 폭스바겐 골프를 국내에 성공적으로 론칭시키며 현재 '국민 수입 해치백'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도 했다. 성공적인 수입차 대중화에 기여한 그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제 7, 8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박 부사장은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맥을 짚어내는 감각이 탁월하다. 2013년 르노삼성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였다. 소형 SUV 돌풍을 예상한 그는 본사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스페인 공장에서 제조되는 QM311월 국내에 도입, 이듬해 당초 판매 목표던 8000대의 두배 이상인 18200여대를 팔아치웠다.
 
후에도 다운사이징 엔진 도입, 도넛형 탱크를 탑재한 LPG 세단 등 기존 시장의 룰을 따르지 않는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현대·기아차의 놀이터 격인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르노삼성만의 영역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그가 올해 핵심 카드로 내세운 모델은 지난달 국내 시장에 출시된 중형 세단 SM6. 중형세단임에도 준대형급 고급·편의 사양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SM6를 통해 지난해 쌍용차(003620)에 밀리며 겪었던 '내수 꼴지' 수모 탈출을 선언했다.
 
연간 판매 목표 5만대의 SM6를 앞세워 국내 판매 10만대를 돌파, 업계 3위를 탈환한다는 목표다. 이밖에도 르노그룹의 해외 인기차종인 경차 클리오와 미니밴 에스파스 등 라인업 확대를 꾀하는 동시에 수입차 시장에 포진한 판매 전문가들도 대거 영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기업형 딜러들을 영입해 르노삼성의 쇼룸을 열게하는 방식도 구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CEO가 공통적으로 환율과 유가 등 변수가 많은 해외시장에 비해 상품 경쟁력과 마케팅력에 의해 희비가 갈리는 국내 판매 집중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양사 첫 한국계 CEO의 경쟁이 전체적인 국내 완성차 실적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임스김 한국지엠 사장(왼쪽)과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이 비슷한 시기에 국내 수장에 오르며 업계 3위를 둔 경쟁을 펼친다. 사진/각 사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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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