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모기업 사정에 따라 허리띠를 잔뜩 졸라맨 수원삼성이 시즌 초반 경기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원은 지난 12일 K리그 개막전에서 성남에 0-2로 완패를 당하며 앞서 시작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공식전 3경기 연속 무승에 빠졌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리그 2위를 비롯해 2011년부터 줄곧 4위권 안에 드는 등 '축구 명가'로서의 이미지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 축구 관계자는 "지난해 도움왕을 차지한 염기훈이란 버팀목이 있지만 확실히 선수들의 빈자리가 느껴진다"면서 "모기업 운영 정책에 따른 선수 구성이긴 해도 급작스러운 변화에 서정원 감독이 대처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관측했다.
수원은 지난 시즌에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개막 직전에 김두현이 성남으로 떠나고 골키퍼 정성룡이 다치며 전력이 약해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시즌 도중에는 정대세가 일본 J리그로 이적했으며 김은선, 조성진, 곽희주 등의 잇따른 부상으로 성한 곳이 없었다. 그런데도 서정원 감독은 '1강' 전북을 상대로 끝까지 대항마를 자처하며 리그 2위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 시즌엔 골키퍼 정성룡과 수비수 오범석의 빈자리가 크다. 조원희, 이용래, 박현범, 김종우 등이 새로 가세했으나 예전과 같은 조직력을 갖추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서정원 감독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우린 스트라이커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구단 실무진은 자생력 강화를 위한 활동에 바쁘다. 수원은 지난달 '매일유업'과 3년간의 스폰서십을 맺고 유니폼에 브랜드 로고를 새겼다. 수원 유니폼에 삼성 계열사가 아닌 기업의 광고가 부착된 것은 1995년 구단 창단 이후 21년 만에 최초다.
최근엔 세계 7위의 맥주 브랜드인 중국의 칭따오 맥주와 후원 계약도 체결했다. 각종 보드 광고와 전광판 광고 등 구단 살림살이를 위한 프런트의 활동도 더욱 활발해지며 자생력 키우기에 혈안이다. 그러나 모기업인 제일기획의 해외 매각설이 흘러나오는 등 여전히 경기 외적으로 과거와는 다른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 관계자는 "2014년 수원의 제일기획 이관 이후 예상된 결과이지만 과거 선수들이 뛰고 싶어 했던 부자 구단 이미지의 수원이 아닌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수원삼성의 서정원(오른쪽) 감독과 신세계. 사진/프로축구연맹